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이라고 하면 우리는 세계 첫 상용화를 자랑하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한 퀄컴에 대해서는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했는 데도 불구하고 최근 로열티 문제를 둘러싼 국내 업계와의 알력에서 보듯 퀄컴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다. 그런 퀄컴이 이번에는 '브루(BREW)'를 들고 나왔다. 무선인터넷의 핵심기술은 사용자가 무선을 통해 서버에서 필요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단말기(휴대폰)에서 이를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Virtual Machine)이다. 브루는 바로 퀄컴의 플랫폼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KTF가 이 브루를 채택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시장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활성화돼 있기도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플랫폼들이 서비스되고 있는 현실이 이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퀄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브루가 전체 CDMA 이동통신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브루를 국내에서 채택,초기에 상용화하면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용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쪽에서는 국내기술이 브루보다 먼저 개발돼 벌써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단계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미국대신에 국내시장이 또 다시 퀄컴의 시험무대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양쪽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또 기술도입이든 기술개발이든 기업간 경쟁에서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도 있다. CDMA와는 달리 이미 국내에서 경쟁 플랫폼이 개발된 상황에서 퀄컴은 아주 낮은 브루 사용료라는 미끼를 던져 놓고 시장장악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내의 경쟁기술을 사장시키고 무선인터넷 시장을 모두 잠식한 이후에도 이같은 낮은 기술사용료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또 우리가 브루를 탑재한 단말기를 수출하는 경우 특히 그렇다. 이것은 작금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퀄컴과의 로열티 협상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쨌든 이미 독자적인 시장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데도 과거 기술종속시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가능성이 엿보이는 국내 무선인터넷 기술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