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 여부에 대해 이제는 어떤 경제전문가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침체의 깊이와 지속기간 그리고 회복세의 강도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일치된 전망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3분기와 4분기를 통해 모두 1%정도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 1분기에는 정체상태에 머문뒤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 하반기에는 3-4%의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번 미국의 침체국면은 지금까지 가장 짧고 약한 것으로 기록된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첫째 기업들이 이미 재고와 과잉설비를 감축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고 둘째는 이전 3차례의 침체국면과 달리 유가가 하락했으며 셋째통화와 재정정책이 엄청나게 이완됐다는 것. 금리는 지난 60년대 초 이후 최저수준으로 인하됐고 내년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지난 75년 이후 최대규모인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른다. 침체국면이 약할 것이라는 기대로 세계적으로 주가가 회복돼 많은 증시가 9.11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침체의 깊이가 더 깊어질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과잉설비가 아직도 엄청난 수준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지난 9월 산업생산설비 가동률은 75.5%로 하락했고 이는 지난 8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의외부금융 의존도도 이례적으로 높다. 자본지출에서 내부 자금흐름을 뺀 수치인 기업금융갭이 사상 최고치인 GDP의 2.5%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50년 이후 침체국면 때마다 기업들은 내부자금으로 투자를 함으로써 이 갭을 메워왔고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면 자본지출은 30%가 감소할 것이고 이는 GDP의 2.5%에 달하는 것이라고골드만 삭스는 말했다. 또 이윤이 계속 감소하면 금융기관은 대출을 점점 꺼리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투자계획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데 이윤은 벌써 타격을 받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투자은행인 드레스너클라인보르트봐서슈타인에 따르면 S&P 500 지수 편제기업들의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이윤이 60% 감소했고 4분기 이동평균으로도30%가 감소, 지난 30년대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GDP의 12.5%에 달했던 비금융기관 기업의 이윤은 2분기중 GDP의 8.1%로 감소했고 이후에도 감소세가 지속돼 현재는 지난 반세기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과잉설비와 이윤감소 보다 더 큰 이유는 이번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이 테러가아니라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쌓여온 경제적 및 금융 불균형이라는 점이라고 잡지는지적했다. 기업들은 미래수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과투자와 과차입을 했고 가계도 주가가 영원히 상승할 것으로 믿고 과도하게 대출을 받았다. 이를 해소하는데는 시간이걸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9.11테러가 V자형의 침체와 회복 가능성을높였다고 주장한다. 빠르게 하강국면을 내려가면 경제를 상승국면으로 밀어올리기에충분한 힘을 받게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미국의 하강코스가 얼마나 가파르고 미끄러운지를 무시하고 하는 말이라고 잡지는 강조했다. 또 통화.재정정책이 과거 침체국면들보다 더욱 확장적이라는 점은 맞지만 경제적 불균형 역시 다른 때보다 크며 따라서 세금감면과 금리인하의 효과는 과거보다작을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가계신용이 과도하게 확장돼있는 상태에서는 세금감면분은 지출로 이어지기 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지며 기업과 가계의 채무가 수입에 비해 기록적인 수준인 경우에는 금리인하가 신규차입을 자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깊을 것으로 보는 또다른 이유는 세계경제가 전례없이 동시적으로 하강국면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일본은 지난 10년사이 4번째 침체국면에 빠져있고 유로화권의 산업생산은 지난 봄 이후 정체상태이며 4분기에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흥시장국가들도 성장률이급감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의 경우도 지난해의 8% 이상에서 올해는 7%로 둔화됐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세계경제 침체(성장률 2% 미만)는지난 30년대 이후 최악이 될 것이다.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에 평균 1.5%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5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교역량이 줄어들 경우 침체는 더욱 심화되기 때문에세계경제의 침체는 미국 경제에 위험이 된다. 세계교역량은 지난해 13%가 증가했으나 올해는 성장률이 제로로 떨어질 전망이다. 잡지는 세계경제의燒煐봉藥喚?실제성장률간의 격차가 지난 30년대 이후 최대로 벌어졌으며 생산설비 과잉은 과거 어느 침체국면 때보다도 물가상승률을 빠르게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선진 7개국(G7)의 평균물가상승률은 내년에 1%로떨어질 것이며 저물가에 저성장이 겹치면 G7의 명목GDP 성장률은 내년초 겨우 1% 정도로 하락할 것이라고 잡지는 예측했다. 명목GDP 성장률이 이 정도로 하락하면 중앙은행들은 수요진작을 위해 통화정책을 할 여지가 줄어들고 이윤은 증시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증가율이 낮아지며 차입자들은 대출상환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시스템 내부에서도 어려움이 나타난다고 잡지는 말했다. 명목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되면 이는 디플레이션과 엄청난 채무부담 누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이 최근에 겪은 일이라고 잡지는 경고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