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사이에 `비트크로스(Bit Cross)' 논쟁이 불붙고 있다. 비트크로스란 차세대 D램 제품의 비트당 가격이 현행 주력제품보다 낮아지기 직전 가격곡선이 교차하는 `세대교체' 현상으로 통상 반도체 경기회복에 앞서 나타나는 일종의 선행지표 성격을 띠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흐름' 자료 등을 통해 현행 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과 차세대 주력제품인 256메가 D램의 비트당 가격이 같아지는 비트크로스가 올해안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비트크로스 발생시점부터 6개월 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조기회복론'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16메가 D램에서 64메가 D램으로 주력이 바뀌었던 97년 11월 이후 6개월이 지난 98년 여름부터 반도체 가격이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으며 작년 1월 64메가 D램과 128메가 D램의 비트크로스 발생이후 작년 여름 반도체 값 폭등현상이 발생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아시아현물시장에서 128메가 D램 평균가격은 개당 1.04달러, 256 메가 D램은 2.52달러로 지난 8월부터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비트크로스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현 주력인 128메가 D램의 생산비중을 8월 현재 55%에서 올해말 40%로 줄이는 대신 256메가 D램은 25%에서 45%로 높여 주력제품 세대교체에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삼성측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다. 하이닉스는 사상최악의 불황으로 반도체업체들의 256 메가 D램의 적극적 채택이늦어지고 있다며 원가구조가 높은 256메가 D램보다는 가격면에서 유리한 128메가 D램이 여전히 시장의 주류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반도체 전문조사기관인 IDC의 분석을 근거로 비트크로스는 1천∼1천500달러대의 주력PC에서 256메가 D램이 100% 사용되는 물량 비트크로스를 의미하며 가격비트크로스는 내년 1.4분기 또는 2.4분기에, 물량 비트크로스는 일러야 내년 3.4분기 또는 4.4분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256메가 D램의 본격적인 수요는 물량 비트크로스가 예상되는 내년 3.4분기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게 하이닉스의 얘기다. 이에따라 하이닉스는 128메가 D램의 생산비중을 연말까지 67% 수준에서 유지하고 256메가 D램은 현행 6%에서 8%로 `소폭' 늘리되, 256메가 D램의 시장수요가 본격화되는 내년중으로 공정혁신기술인 `블루칩 프로젝트'를 적용, 256 메가D램을 대폭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연내냐', `내년이냐'로 양사가 비트크로스 발생시점을 둘러싸고 논쟁을벌이는 것은 각 사가 처한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로서는 앞선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128메가 D램에서 256 메가 D램으로의 세대교체를 서둘러 후발업체와의 경쟁력 격차를 벌려 업계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자금난에 빠진 하이닉스로서는 급격한 세대교체 없이 현 128메가 D램 시장이 당분간 유지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그 어느 누구도 경기예측을 할 수 없는시계제로의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