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흑인 사장 스탠리 오닐이 최근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사내의 오랜 라이벌들을 내보내 'CEO(최고경영자)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각각 통화관리부문과 국제사업부문을 총괄해온 제프리 피크와 윈스롭 스미스는 메릴린치에서 오닐과 20년 이상 경쟁을 벌여왔으며 CEO 후보로도 거론되던 인물들. 이들은 최근 오닐로부터 사실상 강등이나 다름없는 자리를 제의받고 회사를 떠났다. 이번 인사는 경영진의 팀워크와 화합을 강조, 최고경영자 경쟁에서 밀려난 인재들을 배려해온 메릴린치의 전통과 배치된 것으로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닐은 이번 경영진 개편을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선행조치라고 설명했다. 오닐은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메릴린치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로 오닐이 오는 2004년 퇴임할 예정인 회장 겸 CEO인 데이비드 코만스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구조조정의 성공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오닐이 주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서 후유증이 크게 나타나면 CEO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릴린치가 향후 구조조정에서 전체 직원의 15%인 1만여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