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금융신상품 독점판매권'은 금융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상품베끼기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 개발력을 갖춘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간에 경쟁력 우위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0.1%포인트의 금리 차이에도 돈이 움직이는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사의 상품개발 능력은 경영 기반마저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어떤 상품에 독점판매권을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전문성을 갖춘 심의위원회 구성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제도도입 초기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이처럼 예상되는 업체간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시스템이 긴요하긴 하지만 금융 신상품의 독점판매권 허용은 국내 금융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자율협약을 어길 때도 강력한 제재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투신 등은 내달말까지 협약 세부안을 확정하고 늦어도 오는 12월 중순부터는 독점판매권을 부여키로 했다. 핵심은 역시 보호기간과 자율협약을 어겼을 때 부과하는 제재 수위다. 독점권 보호기간은 금융권별로 다소 차이가 난다. 은행은 5개월로 결정했고 생보와 손보 투신 등은 상품 난이도와 독창성 등을 감안해 보호기간을 1∼6개월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대신 보호기간동안의 베끼기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업종별 협회 차원에서 1차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고 이에 불응시에는 3천만원 이하의 위약금과 6개월∼3년간 독점판매권 신청을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생명보험은 위약금 납부를 거부하는 회사에는 매월 위약금의 5%를 가산해 납부토록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불응할 땐 금융감독위원회에 위반 내용을 통보하고 당국 차원의 제재를 요청키로 했다. 반면 은행연합회는 자율협정인 만큼 별도의 제재조치 대신 위반업체에 판매 금지를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 업계 파장은 =올 6월 정부가 독점판매권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금융회사들은 이에 반대했다. 각사별 상품개발력이 떨어지고 베끼기에 익숙해져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협회 박성언 업무팀장은 "자율협약 형태이지만 일정수준 강제력을 갖추면 베끼기 행위는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개발능력 여하에 따라 시장에서 금융사의 위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 금융회사들이 본국의 선진 금융기법을 이용한 신상품을 국내에 선보일 경우 중.하위사들에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독점판매권 보유 여부는 거래 금융회사에 경쟁력 있는 노하우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독점판매권이 있는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 문제는 없나 =무엇보다 어떤 상품을 신상품으로 보느냐 하는 기준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각 협회는 협약에서 금융 신상품을 '독창성과 유용성,진보성 있는 금융 상품'으로 규정했다. 또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으며 고도의 기술적 창작이 포함된 상품, 금융공학이나 선진 금융기법상 보호가치가 있는 상품' 등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에 분쟁의 소지가 없지 않다. 신상품 여부를 심의할 전문가 그룹의 확보도 시급하다. 업종별로 심의위원회(7∼10명선)에 업계 전문가와 변리사 변호사 등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상품 특허권을 전공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게 고민거리다. 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행 법 체계에서는 독점판매권을 인정할 만한 새 상품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은행과 보험, 보험과 증권 등 업종간 벽이 허물어져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혼합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 독점판매권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