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투자가 1990년대 미국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통설을 반박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1990년대 중후반(1995∼2000년) 미국 경제가 고성장하는 데 IT 투자는 제한적인 역할을 했을뿐이라는 분석보고서를 최근 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보고서를 'IT를 잊어라.미국의 기적 뒤에는 월마트가 있었다'는 제목으로 17일 소개했다. ◇IT와 생산성 향상과의 관계=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1972∼1994년 연평균 1.4%에서 1995∼2000년 2.5%로 높아졌다. IT 투자는 1995∼2000년 연평균 20%씩 늘어나 1987∼1994년 평균 증가율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많은 경제학자와 IT 회사들은 생산성 향상이 IT 투자의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매킨지보고서는 실제로 두 요소의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고 주장한다. 1995∼2000년 생산성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분야는 소매 도매 증권 통신 반도체 컴퓨터제조장비 등 6개 부문. 이 부문들이 농업을 제외한 민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다. 나머지 53개 부문은 총 IT 투자의 62%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성을 0.3% 증가시키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6개 부문의 성장 원동력도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 생산성 증가에 25% 이상 기여한 소매 부문의 경우 대형매장과 가격할인을 앞세운 월마트의 유통 혁명이 업계 전체의 효율성과 매출을 급증시켰다고 분석했다. ◇IT는 필요조건=보고서는 IT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6개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IT 투자가 상당히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소매유통 부문의 경우 전자문서교환(EDI) 바코드시스템 등의 도입은 효율성 향상에 큰몫을 했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IT 투자가 생산성 증가의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