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천1백원, 금리 8%(3년만기 우량회사채 수익률 기준)까지 대비한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현재 원화의 대달러환율이 1천3백원대, 3년만기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이 6.3%대라는 점과 비교할 때 기업들이 내년 경제를 얼마나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 4대 그룹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최저 1.2%, 최고 3.0%로 놓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의 내년 경제전망(성장률 3.0~4.8%)보다 훨씬 나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환율 1천1백~1천2백50원, 금리 7.0~8.0%를 기준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작성토록 각 계열사에 지침을 보냈다. 미국의 테러사태와 보복공격,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경영환경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런 가운데서도 이익이 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수립하라는 주문이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최근 사업부장 회의에서 "환율을 아예 1천원대로 가정하고 생존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발생가능한 위기 상황 시나리오를 작성해 즉각 경영에 반영하고 재고와 채권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도 환율 1천1백50원를 기준으로 내년 사업계획 작성에 들어갔다. 대미(對美)수출의 증감에 따라 회사 전체의 매출이 좌우되는 만큼 환율이 급락해도 견딜 수 있는 사업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G와 SK는 1천2백원대의 환율과 연 6~7%의 금리를 전제로 내년도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 LG 관계자는 "미국 테러사태와 보복공격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엔 이같은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며 "어떠한 경영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은 "기업들은 이미 가장 나쁜 상황"(Worst Scenario)을 전제로 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의 실천단계로 들어섰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및 기업경영여건 개선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