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로 한국을 포함,반도체 주요 수출국인 대만 일본 등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는 중국에 업계의 발걸음이 몰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클린룸 설비업체인 신성이엔지는 최근 현지인으로 구성된 연락사무소를 중국 상하이에 세운 데 이어 조만간 본사 직원들을 중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신성이엔지의 관계자는 "현재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이지만 향후 2∼3년 안에 이를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생산시설도 중국에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캐비닛 및 세정장비 전문업체인 케이씨텍은 올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크게 높여 전체 수출의 50%를 이곳에서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중국 수출액(2백40만달러)보다 많은 3백70만달러 어치의 장비를 수주했다. 또 올해말까지 중국 수주액이 8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칠러(자동온도조절장치) 및 항온항습기 전문업체인 코삼도 "올 연말께는 중국에서의 월 수주액이 2억∼3억원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월 수주액이 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수출의 절반 정도를 중국 시장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트랙시스템 및 테스터 등을 생산하는 실리콘테크도 상하이에 지사나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업체의 상당수는 현지 에이전시를 이용하고 있으나 반도체 불황이 깊어짐에 따라 생산설비 이전 등을 통한 중국 직접 진출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