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부처 장관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한계 수위를 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경제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원인도 결국 첨예한 부처간 대립과 장관들의 합의능력 부족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각 부처들에 따르면 주요 경제현안들중 다른 부처의 반대에 부딪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안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 기업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금융감독 정책 관할권 등 한둘이 아니다. 기업집단지정 및 출자총액 규제 완화를 놓고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마찰이 대표적인 예다. 규제완화 문제는 진념 경제팀이 지난 5월 재정자금 조기 집행과 함께 핵심 경기 대책으로 내놨지만 공정위의 반대로 5개월째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칠레 FTA는 농림부와 산업자원부.통상교섭본부가 대립하면서 협상이 결렬로 치달은 상태다. 정부가 '역사상 첫 FTA'라며 의미를 부여했던 이 협상은 농림부가 사과 배 등 주요 농산물 개방에 극력 반대하면서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 규정 개정 권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고 산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가 바이오(BT)와 정보기술(IT) 산업의 관할권을 놓고 벌이는 해묵은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장관들의 독선이 전체 경제정책 조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진념 경제팀을 출범시키면서 '팀별 운영제'를 누차 강조했고 올초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킨 것도 팀별 정책조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팀제 운영은 지금까지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경제 부총리의 정책 조정권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부처 내에 심각한 누수현상이 생겼다는 의미"라며 "부총리의 조정권을 대폭 강화하거나 팀워크를 깨는 장관은 문책하는 등 일대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