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디자인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 경제 문화 예술 등이 총체적으로 모아진게 디자인이다. 그래서 디자인 개념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평균적으로 제품의 기술개발에는 4억1천만원의 비용과 2~3년의 기간이 걸리는 반면 디자인 개발은 2천만원의 비용과 6~9개월만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기술개발이 5배의 투자효과를 낸다면 디자인개발은 22배의 효과를 올리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 디자인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진국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가전이나 자동차 분야의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어 약간 고무적이다. 반면 다른 많은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에선 디자인 항목으로는 경쟁력을 언급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디자인 전문회사인 다담디자인의 정우형 대표는 "디자인을 기업의 전략으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엔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저조한 상태다. 국내 1만여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체 디자인개발 비율은 30%가 채 못되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 40%,모방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신철호 산업정책연구원장은 "기업들이 좀더 디자인 마인드를 갖고 경영을 해야 한다"며 "디자인책임임원(CDO) 제도를 둬 이 임원이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새롭게 떠오르는 디자인 분야를 핵심 역량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아마존닷컴은 전자서점 부문에서 반스 앤드 노블스와 같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서점을 누르고 1위를 점하고 있다. 이같은 아마존의 경쟁력은 바로 디자인의 전략적 활용,즉 디자인 경영에서 비롯되고 있다. 아마존은 색채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디자인된 웹사이트,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고객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들을 미리 제공함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디지털디자인 전략'에서 성공한 것이다. 아마존닷컴에서 실행된 디지털 디자인은 아날로그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선진국의 디자인을 앞서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선 기업의 디자인 투자 못지않게 일반 국민들의 디자인 마인드도 뒷받침돼 있어야 한다. 민경우 명지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디자인 강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국민들의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며 "어쩌면 산업디자인 발전도 국민들의 문화 수준으로 결정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