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으로 떠났던 유학생이 12년 만에 백만장자 기업가로 성공해 고국에 돌아왔다.


화제의 주인공은 'INKE 2001'에 참가 중인 김만기 호주 SMI그룹 회장(41).


그가 외국에서 맨손으로 7개 기업을 일으킨 과정은 시련을 겪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인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김 회장이 호주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89년.


낮에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밤에 호주 공과대학에 다녔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는 학비도 제대로 충당하기 어려워 공부를 잠시 접었다.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오퍼상을 시작했다.


호주의 원자재를 한국에 수출하고 한국의 면사를 수입하는 단순한 무역이었다.


집을 사무실 삼았다.


그는 90년 SMI텍스타일이란 정식 회사를 세웠다.


그의 첫 회사다.


2년 뒤에 SMI케이블을 차렸다.


한국의 대원전선 등 전선업체로부터 물품을 수입해 호주에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SMI케이블 설립 후 첫 1년은 실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선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김 회장은 돌이켰다.


그는 오기로 밀어붙였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화를 60번이나 걸기도 했다.


사무실은 물론 구매 책임자 집 앞에서 몇 시간이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어렵사리 만나선 "한 번만 써 보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에 감동받은 호주업체들은 샘플을 받아 테스트를 했다.


가격과 성능 모두 만족할만하다는 기술자들의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93년말 뉴사우스웨일지 전력청과 호주 최대 통신회사 텔스트라 입찰을 따냈다.


지난 95년에는 목화를 생산가공하는 SMI커튼을 설립했다.


여의도 세배 규모의 목화농장도 사들였다.


면사 전선 목화로 상당한 돈을 모은 김 회장은 97년 호주의 인터넷서비스제공(ISP)업체인 사이버넷을 인수하면서 정보통신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또 99년에 현지 온라인기업 블루텅온라인을 인수해 포털사이트 제작,전자상거래,전자지불 솔루션 개발 등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현재의 SMI글로벌 테크놀로지다.


지난해엔 SMI펀드매니지먼트를 세워 한국투자에 나섰다.


외국에서 번돈을 고국에 환원하고 싶어서다.


이엔지그룹 새길정보통신 NB홀딩스 퍼스트콜 등 9개사에 2백만달러(미국달러 기준)를 투자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회사는 지난해 1억2천만달러의 매출액에 6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는 눈코뜰새 없이 바빠도 틈을 내 못다한 학업을 마쳤다.


지난 94년 맥콰이리대학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끝냈다.


SMI글로벌 테크놀로지는 최근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이다.


빌 클린턴 정부 때 상공부 차관보를 지낸 정동수 박사 등을 영입해 경영고문단을 구성했다.


김 회장은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각오를 다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