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제22차 세계산업디자인대회(ICSID)가 디자인업계 및 일반인들의 뜨거운 호응속에 13일 막을 내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번 대회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세계디자인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키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포르세 자동차를 디자인했던 독일의 악셀 탈레머 페스토디자인 대표,환경시설물 디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크누드 홀셔,통합디자인 교육학의 권위자인 미국의 딘 리차드슨 피치사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 원장 =21세기를 맞아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산업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악셀 탈레머 =산업디자인은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는 이러한 역할이 간과되었지만 이제 디자이너는 이와 같은 궁극적인 목적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딘 리처드슨 =산업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분석해 이를 만족해주는 장치이며 정보의 취합자인 동시에 아이디어를 지면에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아이디어가 (상품의 형태로)시장에 나가 구매로 이어지고 사람들이 사용한 뒤 반응이 있을 때 비로소 만족합니다. 산업디자인은 소비자들이 만지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상품 및 서비스와 관련돼 있습니다. 산업디자인은 상품의 판매실적,시장에서의 이미지,외관의 적합성,소비자만족도 등을 높이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누드 홀셔 =산업디자인은 상품에 부가가치를 불어넣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경제적인 수단이 됩니다. 산업디자인이 추구하는 바는 인류에게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내고 이를 인간과 조화롭게 어울리게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죠. 정 원장 =이제 세계가 글로벌화돼 지구촌으로 변하고 있어 각 나라마다 국제경쟁력 제고가 핵심 전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제발전에 미치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딘 리처드슨 =산업디자인은 대량생산과 산업화과정에 어울리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지식경제사회에선 프로세스를 해결하는데 있어 발생하는 문제들에 적응하기 위해 산업디자인 기술을 확장하는게 필수적입니다. 악셀 탈레머 =한 국가에서 마케팅이나 판촉이나 신상품개발 등의 방법론이 기업의 번영,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제발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 참신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만이 전반적인 국가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정 원장 =인터넷의 발달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21세기는 개인의 감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의 과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크누드 홀셔 =제품들은 갈수록 세련되고 정교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보다 향상된 인터페이스솔루션(인간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형태,쌍방향 개념)을 갖고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해 고민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악셀 탈레머 =말씀하신 대로 21세기는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과거에 대립적이었던 요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부단히 대화를 시도하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자연과 인간,동과 정,기술과 문화 등의 서로 다른 요소들이 조화를 도모하게 되는데 이번 세계산업디자인대회의 주제가 어울림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적절한 주제입니다. 저는 남녀차별이 새로운 세기에는 거의 없어지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유니섹스적인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야말로 새 시대의 산업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라고 봅니다. 딘 리처드슨 =디자이너들은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세계문화의 동질성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사실 세계 디자이너들이 세계화의 틀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죠. 그러나 그것이 동질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세계화는 차이점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서로의 생활방식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것은 또한 사회구조의 통합된 부분으로서 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은 이런 상황을 증진시키고 존중합니다. 그런데 세계는 아직 이런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9월11일의 미국테러 사건이 이를 보여줍니다. 우리에겐 더 높은 강도의 세계화가 요구됩니다. 정 원장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22차 세계산업디자인대회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회라는 특징을 갖는 등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의의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크누드 홀셔 =ICSID는 현재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서로 인식하는 자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디자인 부문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갭을 축소하는데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딘 리처드슨 =경제가 세계화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디자인 패러다임을 탐구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경제는 소비자신뢰와 제품의 질향상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도 바로 이런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고 또 영향을 끼쳤죠. 이런 점에서 이번 대회는 매우 시의적절했으며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정 원장 =미국 독일 덴마크 등은 디자인 선진국으로서 독특한 디자인을 발전시켜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국 디자인의 특징과 발전 방향을 말씀해주시죠. 딘 리처드슨 =과거 수십년동안 미국 기업들의 리엔지니어링과 다운사이징은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는 미국기업의 디자인경영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IBM,크라운 포크리프트,Iomega와 같은 회사들이 디자인경영을 통해 성공을 거둔 회사들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각각 다른 경영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썼다는 점입니다. 악셀 탈레머 =독일 디자인의 경우 명료하고 일관된 컨셉,간결함을 중시합니다. 최근들어선 연속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나 하이테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독일디자인계에선 특히 디자인을 경제적 가치와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강한 편입니다. 크누드 홀셔 =우리는 일반인들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봉사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가구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 굿 디자인이란 특정쓰임새가 지닌 모든 측면을 하나의 형태로 종합하되 복잡함을 줄여나가 그 형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은 일반화와 의미화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두 속성을 균등하게 부여할 때 훌륭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거죠.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 ------------------------------------------------------------------ [ 참석자 소개 ] 악셀 탈레머 독일출신의 디자인 엔지니어이자 디자인 마케팅 전문가다. 포르셰사 스타일링 스튜디오의 디자인 엔지니어로 획기적으로 컴퓨터 스타일링 과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94년 페스토 디자인을 설립해 활동중이다.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에서 과학이론 논리학 언어학을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홍보 심리학 등을 두루 섭렵했다. 크누드 홀셔 조명 욕실용 가구 공공시설물 거리 환경시설물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덴마크의 디자이너. 코펜하겐의 로얄 아카데이 오브 파인아트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68년부터 건축가 및 플래너로 확동하다 지난 95년 "크누드 홀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설립,지금까지 IF상,Red Dot상,ID상 등 디자인과 관련된 상을 휩쓸었다. 딘 리처드슨 미국 리처드슨스미스사의 공동설립자이자 피치사의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통합 디자인 교육을 세계 각국의 기업에 소개해왔다. 지난 85년 워싱턴에서 열린 ICSID의 대회장직을,89년 나고야에서 열린 ICSID에서는 분과위 의장직을 각각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