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 무역협회 회장 >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0% 감소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게다가 기대를 걸었던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미국 테러사태와 반테러 공격으로 인해 불투명해지면서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수출이 처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주요시장의 수요부진에 대응하여 대체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또 기술개발과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출상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세계경제의 3대 축을 이루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출집중도는 무려 47.3%에 달한다. 올해 들어 수출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이들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신흥 유망시장으로는 중국 인도 베트남 러시아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은 96년 이후 매년 7%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우리의 자본재 및 소비재를 소화할 수 있는 거대시장으로 부상했다. 실질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소득이 3천5백50달러이고 연 소득 1만달러이상 인구가 1억7천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이 원자재 및 자본재에 편중돼 있는 점으로 볼 때 시장개척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도와 베트남 또한 최근 연평균 6%씩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10억 인구를 가진 인도는 실질구매력이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평가되며 인구 7천8백만명의 베트남은 아시아 경제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경제개발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러시아는 98년 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면서 유망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또 사회간접투자가 활발하여 대규모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업계가 적극적인 시장개척 노력을 벌이고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수출금융 보험 통상협력 등의 지원을 강화한다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수출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수출상품 개발을 위한 투자는 향후 우리 경제의 성패(成敗)를 좌우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가간 수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수출기업의 투자는 이제 양(量)보다는 질(質)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개발, 세계적 수준의 신상품 개발, 미래지향적인 신산업 등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활동과 직결되는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기업의 기술개발 및 신산업 등에 대한 '고질(高質)'의 투자를 우대해 주는 과감한 지원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세계무역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출지향적 서비스산업의 육성도 시급하다. 물류 관광 디자인을 비롯한 서비스부문의 수출산업화는 외화가득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수출극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정책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