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이 살길이다' 60년대 초부터 80년대까지 전국민이 외쳤던 이 빛바랜 구호가 최근 한국경제의 화두(話頭)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수출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미국 테러 참사로 인한 경제충격을 헤치고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믿을 것은 그래도 수출밖에 없다는게 정부와 재계의 분석이다. 과거 30여년간 고속성장 레일을 질주해온 '코리안 특급열차'의 초강력 엔진은 수출이었다. 이렇다할 자원 하나 없는 빈국(貧國)이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비약했던 것은 경제주체 모두가 '수출 입국(立國)'을 기치로 내걸고 온몸을 던진 결과였다. 한때 '부자 나라들의 사교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었던 것도 과거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를 토대로 국력을 쌓아올린 덕분이었다. 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 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1천7백26억달러, 수출을 통해 창출된 신규 고용은 2백28만5천명에 달한다. 수출 1백만달러당 13명의 고용이 유발되고 수출이 1% 늘어나면 2만명을 새로 고용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또 수출로 얻은 소득은 9백71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1%에 해당된다. 외화가득률은 56.3%. 더욱이 한 분야의 수출은 관련 부품이나 생산을 촉진하고 이들 분야의 고용과 소득까지 연속적으로 창출, 간접적인 수출효과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크다는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들어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폭도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출 전망마저 그다지 밝지 않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맞아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과거의 '수출지상주의'로 되돌아 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절박한 인식 아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와 자금난 해소에 정부가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기관들 역시 '우리부터 살고보자'는 근시안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금공급의 우선순위를 수출입 지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의 수출총력 체제 구축과 병행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출구조의 개선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로 짜여져 있다. 10대 수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3%에서 지난해 55.9%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 때문에 달러화 및 엔화의 환율 변동과 반도체를 비롯한 특정 품목의 국제가격 변동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수출품목 편중구조는 선진국의 수입 규제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해묵은 과제인 중소기업의 수출첨병화 정책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5인 이상의 중소기업 10만여개 가운데 수출에 참여하는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을 수출 주력부대로 육성, 수출기업 저변을 확대하는게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오영교 사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어려웠던 1980년대 후반 당시 미국 사회에 회자됐던 '수입은 실업을 수입하는 것이요 수출은 실업까지 실어보낸다'는 슬로건을 지금 가슴에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도 "이제 신발끈을 한번 더 죄고 다시 뛰어야 한다. 자동차.전자.조선 등 중공업 분야의 대기업이 앞장서고 내실있는 중소기업들도 이 뜀박질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과 정부는 수출이라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적극 지원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