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세가지 고민에 빠졌다. 콜금리를 동결하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한은 주변에서 "이번에 콜금리를 또 내려야 하느냐"를 놓고 찬반이 반반으로 엇갈리면서 최종 결정권을 쥔 전 총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전 총재의 첫째 고민은 당.정의 인하압력이다. 강현욱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당.정이 긴급 재정조치와 함께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며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김대중 대통령까지 비상시국을 선언한 마당이다. 금통위가 스스로 판단해 내려도 당.정의 들러리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둘째 고민은 시장의 압력. 시장금리가 콜금리(연 4.0%)에 근접하면서 거센 인하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전날까진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다가 10일엔 '동결'쪽으로 급선회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또 딜러들 사이에는 "한은이 더이상 정책수단이 없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든다. 셋째 고민은 인하 효과에 대한 논란이다. 7,8,9월 연속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에 푼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 뿐 실물로는 흐르지 않고 있기 때문. 석달간 은행.투신 수신이 52조원이나 급증했지만 회사채 발행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은행의 기업대출 기피는 더 심해졌다. 이런 부담 속에 전 총재는 10일 오후 금통위원 및 임원 부서장들과 동향분석회의를 열어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한은 관계자는 "동결과 인하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귀띔했다. 전 총재의 인하 의지가 전달과 달리 소극적인 것은 분명하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