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정책에 대한 농민들의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까지 정부가 배정한 산물벼수매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달 25일 도내 11개 시.군 35개 RPC에 50만9천975가마(2만399t)의 정부 양곡(산물벼) 수매물량을 배정했으나 10일 현재 일부 RPC들은 적자누적등을 이유로 수매에 응하지 않고 있다. 청원군 오창농협은 올해 배정된 2만7천여가마(1천80t)의 산물벼를 수매할 경우 창고 저장 능력 부족과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자체 수매 계획(13만여가마.5천200t)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 양곡 수매를 거부키로 했다. 충주시 주덕농협도 최근 정부가 2차로 배정한 산물벼 4천250가마(170t)를 수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에 통보할 계획이며 다른 농협RPC들도 정부 양곡수매 배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 1만9천175가마(767t)의 수매물량을 배정 받은 보은군 삼승면 한성RPC도 담보능력 부족 등을 들어 이를 포기한 채 자체 수매 형식으로 가마당 5만원씩 40여t의 벼를 사들였다. 영동군 영동읍 삼두RPC 역시 1만7천50가마(682t)의 정부 양곡 수매를 기피한 채 자체 수매를 통해 가마당 5만원씩 500여t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천안 성환농협 RPC 경우 보관능력 부족과 경영적자 등을 이유로 올해 정부로부터 배정된 산물벼(1천300t)의 수매를 전량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산물벼 일부를 천안정미소 등 인근 민간 도정업자에게 맡겨 보관 중이다. 또 논산 연무농협 RPC도 정부가 배정한 산물벼 1천여t을 수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충남도, 농협중앙회측에 통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농협RPC 등이 정부가 배정한 산물벼를 수매할 시 내년 3-5월께 이를 양도받아야 하는 데다 정부수매가(1등급 40㎏기준 6만440원)가 자체 수매가(5만-5만5천원)보다 크게 높아 재고.적자누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RPC의 자체 수매는 `추청' 등 우수 품종을 선별 수매할 수 있지만 정부수매는 품종 구분이 없어 양질미 상품화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RPC 관계자는 "내년 봄 정부 양곡을 현재의 수매가 수준에서 양도받을 경우 가마당 5천-1만원씩의 손실이 발생해 경영 압박 원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양곡수매에 따른 손실 보전 등 뚜렷한 대책 없이 산물벼 수매를 배정하면 도산하는 RPC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연합뉴스) 박병기.윤석이.변우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