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타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임즈 강변의 "퐁 드라 투르" 레스토랑. 블레어 영국 총리는 97년 영국을 공식 방문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이곳에 초대했다. 블레어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은근히 영국의 디자인 수준과 런던의 음식 맛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퐁 드라 투르는 영국의 국민적 산업디자이너 테렌스 콘란이 회장으로 있는 콘란그룹 직영 레스토랑이다. 테렌스 콘란은 실내장식 전문업체 해비타트(Habitat)의 설립자이자 고급 디자인 컨셉트 부티크 '콘란 숍' 체인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 실내 건축디자인과 맛의 조화를 강조한 레스토랑으로 외식산업을 시작한 그는 뉴욕과 파리 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현재 10여개의 최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에서조차 콘란 레스토랑의 인기는 대단하다. 콘란 그룹이 10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내 유럽 최고급 외식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디자이너로서의 기발한 컨셉트와 비즈니스 맨의 사업감각이 결합된 효과다. 테렌스 콘란 레스토랑의 모든 실내 용품은 테렌스 콘란의 작품이다. 식기를 비롯해 테이블 위의 양념통 재떨이까지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레스토랑 위치도 상상을 벗어난다. 부유층이 많이 모이는 길목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는 반대로 누가 그런 곳에 식사하러 올까 싶은 지역을 선정한다.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런던에 오면 꼭 들르는 블루 프린트와 퐁 드라 투르는 템스강 부두 하역창고 지역에 들어섰다. 1990년대 초반 콘란이 거액의 예산을 투자해 이곳에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아예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외식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축디자이너이다 보니 사업감각이 뒤떨어져 손해 볼 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지역은 런던이 자랑하는 데이트 모던 미술관이 들어서는 등 고급문화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처럼 콘란은 독특한 건축미와 기발한 실내 데코레이션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식당에 오지 않으면 문화와 유행 흐름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게 함으로써 상품 부가가치를 높였다. 산업디자이너에서 출발해 세계적 기업가로 성공한 테렌스 콘란은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을 정도로 '자랑스런 영국인'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콘란의 사업에 항상 운이 따랐던 것은 아니다. 지난 91년 영국 경제 침체로 거의 파산지경에까지 간 그는 자신이 설립한 가구 및 실내 장식 전문 유통업체 해비타트를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콘란 숍'이란 디자인 컨셉트 부티크로 재기에 완전 성공했다. 이어 그는 여세를 몰아 디자인을 앞세운 레스토랑 사업으로 세계적 기업인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콘란 그룹의 레스토랑업계 연간 매출액은 8천6백만달러에 달한다. 여기다 뉴욕과 파리와 도쿄에까지 진출한 '콘란 샵'의 매출액까지 합치면 1억4천만 달러가 넘는다. 테렌스 콘란은 디자인을 라이프 스타일에 응용해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가로 손꼽힌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