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기업들의 달력 인심이 썰렁해질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달력제작 부수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간 2천만부에 달하는 달력시장이 올해(2002년도 달력)는 지난해보다 10∼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달력시장의 큰손인 금융기관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82만부를 제작한 K은행은 올해 80만부로 줄이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해마다 달력 제작부수를 10∼15% 늘려왔지만 올해는 불가피하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H은행 A생명 D생명 등 여타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 중소기업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자제품 메이커인 I사는 지난해 1만부를 찍었지만 올해는 아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형물제작업체인 P사도 처지가 비슷하다. 달력 제작업체들이 몰려있는 충무로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예년 같으면 8∼9월에 물량을 확보하고 10월부터는 생산에 들어갔으나 올해는 일감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삼일기획인쇄의 이운대 사장은 "올해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썰렁한 것 같다"며 "지난해 4만부 정도 주문을 받았는데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