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공격 돌입으로 중동 지역 원유 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는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당장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번질 경우 어느 정도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습이 계속될 경우 중동지역 원유 반출 및 수송은 지난 91년 걸프전과 마찬가지로 미 군함의 호위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져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운송 상황 = 해양부 확인 결과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이 지역 입항 선박들은 모두 4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5일 입항한 현대상선의 25만9천t급 유조선 퍼시픽커리지호 등 2척의 유조선이 원유를 적재 중이고, 오만에서는 8일 오전 입항한 한진해운의 13만5천t LNG선 수르호 등 2척이 LNG를 적재하고 있거나 대기중이다. 이외에도 현재 원유 수송 및 화물 운송을 위해 50여척의 선박들이 중동 항로에서 정기 운항을 하고 있는 상태라 해양부는 비상대책반을 풀가동하며 선박들의 항로를 점검하는 한편 정보 수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원유 수급 동향 =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해 중동에서 실어나른 원유는 총 6억8천700만배럴(약 9천160만t)로 전체 원유수입량 8억9천400만배럴의 76.8%를 차지하고있다. 국가별 수입량은 사우디아라비아 2억6천500만배럴, 아랍에미리트연합 1억2천800만배럴, 이란 8천100만배럴, 쿠웨이트 6천700만배럴 등이다. 원유와 함께 LPG(액화석유가스), LNG(액화천연가스) 수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예상되는데 지난해 LPG 수입량은 총 467만8천t으로, 이 가운데 83.5%인 390만6천t이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에서 수입됐다. LNG 수입량은 총 1천457만8천t으로, 이 가운데 35%인 510만4천t이 카타르와 오만 등 중동국가에서 수입됐다. ◇장기전 돌입시 예상 피해 =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의 장기화로 해운업이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습이 단기에 끝나면 중동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벌크선 및 유조선 운임상승에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길어질 경우 전쟁지역 운항 통제에 따른해상물류 체계 붕괴가 우려된다는 관측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임종관 박사는 "이번 공습이 아프간 지역에만 국한되면 해운업은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전선이 확대되고 장기화하면시장불안, 세계교역량 감소 등으로 선사들이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또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인해 전쟁보험료가 급등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문제는 공습이 장기화되면서 전쟁보험협의체가 선박에 대한 전쟁보험 가입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선박용 연료 가격 폭등, 수에즈 운하 통제로 항로를 우회할 경우 증가할비용 등도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정상 항해에는 문제가 없지만 중동 지역 선박 통제가 확대되면 미군 인도아래 다른 선단과 같이 운항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출항중인선박들과 24시간 통신망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