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의 테러보복공격이 시작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복공격의 규모나 기간, 확전범위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는 만큼 앞으로 금융시장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 당장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글로벌경제라는 보편성과 우리경제가 갖는 특수성이 날줄과 씨줄로 얽혀 있어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변화양상에 대한 예단을 자제하고 신중론을 펴왔다. 그러나 미국의 보복전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9.11 테러'이후 아시아, 유럽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한 국제자본의 이탈 가능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였지만 우리 외환시장에서는 나홀로 강세를 보여왔다. 한은 관계자는 걸프전 당시에도 달러선호가 높았다며 이는 남북관계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9.11 테러'직후인 지난달 12일 1천286.1원에서 테러 일주일후인 지난달 19일에는 1천296.5원으로 올랐으며 이후 1천300원대로 올라선 이후 그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외환시장에서는 원화환율이 1천312.12원을 기록했다. 외환딜러들은 이번주에는 미국의 테러 보복공격 시작으로 원화환율이 요동칠 기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딜러들은 지난주말 테러보복공격이 시작되지 않으면 원화환율은 1천307원이나 1천308∼1천309원선에서 시세를 형성항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었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11 테러'직후인 지난달 12-13일 이틀간 대외결제기준 자금이탈은 2천2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500억달러를 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출은 미국 등 세계경제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미국시장의 회복이 없이는 수출증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환율상승은 항공사 등 수입이 많은 업체들에게는 환차손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난 9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서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금리하락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이 유례없이 금리인하 공조에 나서면서 한은도 지난달 19일 콜금리를 0.5%포인트 전격인하한 데 이어 오는 11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회의에서 추가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콜금리는 물론 시장금리도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금리인하지만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시장에 먹혀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는 물론 기업의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으로 초저금리에도 불구, 오히려 은행으로 돈이 유입되면서 일본식 유동성함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초저금리현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돈은 은행에 몰려들고 있다. 또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소비자물가는 5월이후 점차 상승세가 둔화돼왔다. 경기침체로 수요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은 덜하지만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흔들리면 비용측면에서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이번 일로 유가가 급등, 배럴당 40달러까지 올라간다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는 0.5%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동절기 난방유 수요 증대 등 계절적인 가격상승요인까지 겹치면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안정을 위해 단기적인 국제유가 상승분은 최대한 정유사가 자체 흡수토록 하고 유가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류에 부과되는 교통세.특소세의 탄력적 적용, 비축유 방출 등 단계적인 안정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스태크플레이션은 경기가 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 이를 정도로 침체되고 물가는 인플레기대심리 확산으로 매우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경제상황이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다. 금융계는 국제유가 급등과 경제의 장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