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9.11 연쇄 테러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던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나 앞으로도 당분간은 상황이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9월의 실업률은 4.9%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조사가 대부분 9.11 연쇄 테러 직전에 이뤄진 탓으로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여행, 숙박, 식당 등 접객업계의 대량 해고는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번 달의 실업률은 가파르게 치솟을 것이 확실시되며 내년 초에는 6%선에 이를 것으로 민간 경제예측기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이래 이미 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데 이어 100만-150만명이 또다시 일시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포스트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속 올라가는 실업률과 함께 산업생산과 기업의 이익 및 투자 감소등 각종 경제 지표로 미뤄 경기 침체는 올 3-8월 사이의 어느 시점에 시작된 것으로보고 있다. 경기 침체란 2분기(6개월) 이상 연속해서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으로 폴 오닐 재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의 최고위 관계자들도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 소비는 성장의 3분의 2를 기여하고 있으나 고용 불안이 계속되면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아무래도 움츠러들기 마련이고 경기 하강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기 침체가 얼마나 깊고 길게 계속되느냐가 요즈음 정책 당국과 금융계의 화두로 침체냐 아니냐로 갑론을박하던 9.11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오닐 장관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는 얼마나 빨리 경제의 발판을 회복하고9.11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하강 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는 것"이라며 침체의 탓을 대부분 테러 사건으로 돌리는 인상을 내비쳤다. 그러나 10여년동안 건국 이래 최장기 호황을 이끈 이른바 신경제의 주역들이 가장 깊은 침체의 골에 빠져 있어 경제의 앞날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컴퓨터, 통신 등 첨단기술 산업은 지난해만 해도 연 25%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지금은 되레 마이너스 35%라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과잉 투자로 몸살을 앓는 신경제 시대의 `스타'들이 앞다퉈 대규모 감원에 돌입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연말에 종업원이 연초의 절반에도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빈사지경에 빠진 항공업계 지원과 테러 복구 및 전쟁비용으로 승인된 550억달러와는 별도로 7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등 무려1천300억달러를 쏟아부을 방침이어서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당시의 감세 및 국방비 증액 규모보다도 많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인하와 함께 경기 회복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