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 대상국을 선정할 때 한국은 더이상 제1의 검토대상이 아니다" 독일의 세계적 화학회사 바스프와 중국석유화학(SINOPEC)의 합작법인인 난징 소재 '양쯔-바스프'의 조진욱 사장은 "중국이나 대만 싱가포르를 먼저 두드려본 뒤 여의치 않으면 그 다음에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한국을 고려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아직은 중국의 기술 수준과 노동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해 일부 외국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눈길을 주고 있으나 중국의 기술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한국이 외면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그는 단언한다. 기업환경에 관한한 한국은 해외 유수의 평가기관들로부터 '3류' 소리를 듣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Forbes Global)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를 보면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도 밀려 18위에 머물고 있다. 당시 포브스는 창업비용, 자본이득세, 자본시장의 접근 용이도 등을 기준으로 기업환경을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창업비용이 1인당 GDP의 15.6%, 창업소요 기간이 46일, 자본 접근의 용이도 17위 등으로 기업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 10위 이내에 랭크된 영국의 창업비용(1인당 GDP의 0.6%)과 호주의 창업기간(3일)에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경제자유도 평가에서는 이보다 더 나쁘게 나왔다. 1백12개 조사 대상국중 43위에 그쳤다. 헤리티지재단과 케이토연구소는 경제자유도 상위 20% 국가군의 9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2.27%인 반면 하위 20% 그룹은 마이너스 1.45%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 경제자유도가 높을수록 국민소득과 경제성장률이 높다는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규제와 간섭의 최소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일부 정책들이 현재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채비율 2백%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등 업종별, 사안별 현실이 무시되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추진된 빅딜은 생산기반 위축,기업부실 확대, 경쟁 제약 등의 후유증을 낳았다. 한국의 규제개혁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조차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단기적 수치 목표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그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활동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며, 외국 기업들도 매력을 느끼고 진출하게 된다. 경영환경이 나쁘면 기업들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없게 돼 결국 주변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축소 위주의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새로운 성장 원천을 창출하며 기업 활력을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