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5일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의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성과를 마무리함으로써 국가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테러사건이 가져온 경제적 충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맞이하게 될 내년은 국민의 정부 집권 마지막 해인 데다가 월드컵 축구대회와 부산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국가적 행사가 열리고 지방선거와 16대 대선이 예정돼 있어 21세기 국가흥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우선 최근의 미국 테러사건과 관련, 테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뒤 테러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가는 한편, 우리의 비상대비태세와 국가위기 관리시스템을 재점검, 지속적으로 보완.확충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우리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할 것임을 다짐하고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21세기 국운융성의 전기가 마련되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분야= 김 대통령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점을 강조, 정치안정을 거듭 역설했다.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소모적, 비생산적인 정쟁에 매몰돼온 데 대해 정치권 모두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 뒤 경제와 민족 문제만이라도 여야를 초월한 협력을 촉구했다.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가 선거.정당.국회 등에 대한 정치개혁 방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환경속에서 야당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야당과의 대화의지를 강조했다. 또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대선 등 양대선거를 역사상 어느 선거보다도 공정하게 관리할 것임을 천명했다. ◇ 통일.외교.안보분야= 무엇보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 동해안 도로 개설, 개성공단, 임진강 수방사업, 남북간 공동어로사업과 같은 남북협력사업은 물론, 군사당국차원의 협력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우선은 지금까지 남북간에 합의된 사항들을 착실히 실천하는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 대통령은 미국 테러사건의 충격속에서도 국민들이 아무런 동요없이 생활한 점을 예로들며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확고한 국방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견지하는 가운데전후방 구별없는 대테러 대비체제를 완비해 나가겠다며 새로운 국가위협요소에 대한적극적인 대처 의지를 밝혔다. ◇ 경제분야= 미국 테러사건 등으로 악화된 대외여건을 극복,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김 대통령은 먼저 내수를 확대시키기 위해 금년 본예산 집행의 불용과 이월을최대한 억제하고, 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도 연내에 차질없이 집행되도록 하며 금융정책도 신축성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수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 경제활력을 조기에 회복하겠다며 2005년까지 500개 세계일류 상품을 발굴.육성하고 대형 국책사업과 사회간접자본 등 경기진작효과가 큰 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어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 육성과 정보화 기반 구축에 역점을 두고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산업, 환경산업 등 미래 핵심 유망기술분야를 중점 육성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 기타= 사회복지분야와 관련, 김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를 뿌리내리도록 할것임을 강조했다.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국민불편을 최소화하며 비정규직 근로자와 1개월 미만 고용근로자 등 모든 근로자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전국민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국민건강증진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대통령은 부패방지 인프라 구축을 역설, 최근에 발생한 금융비리사건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예외없이 엄정하게 처리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내년 1월에 설치될 부패방지위원회를 중심으로 부패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환경과 제도를 근원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