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항공사들이 도산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이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스위스항공이 파산보호 신청을 낸 하루 뒤인 3일 자회사인 벨기에 국적의 사베나항공이 파산보호 신청을 내는 등 미 테러 대참사 최대 피해업종의 하나로 꼽혀온 항공업계의 연쇄도산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미.유럽의 항공업계는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운항감축에 나선 1단계 비상경영에 이어 항공료 할인폭 확대와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는 2단계에 돌입했다. 1단계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었다. 테러 참사 여파로 미국 항공업계에서만 감원규모가 12만명으로 확대됐다. 유럽 항공업계의 경우 감원규모가 5만∼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항공업계가 주도하는 2단계 비상경영은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유럽업계 도산 공포감 10여개의 유럽 항공사들이 도산하거나 인수합병될 것이라고 영국의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특히 그리스 항공사인 올림픽의 전 대표인 리가스 도가니스의 말을 인용,"향후 10년내 유럽의 30∼40개 국영항공사 중 4∼7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침체,고유가,과잉공급이라는 3대 악재에 비실대던 항공업계가 미 테러참사로 인한 승객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위기감은 9월 성적표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영국항공(BA)은 9월의 탑승객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1.6% 감소했으며 테러가 발생한 11일 이후로 따지면 32.1% 급감했다고 3일 발표했다. 미국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2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9월 승객 수가 작년 9월에 비해 31.5%,델타항공은 17.6%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발길을 되돌려라 미 업계에 새로운 항공료 할인제 도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2일 새 할인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티켓을 21일 전에 구매하면 최고 5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아메리칸항공과 콘티넨탈항공 등도 뒤를 따랐다. 에어트랜에어웨이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3차례 항공기를 이용하면 1장의 무료 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도 잇따를 전망이다. 아메리칸항공은 20개 이상의 주요 미국 신문에 '미국인들이 정상 비즈니스로 복귀하고 있다'는 전면광고를 5일부터 게재한다. 미·유럽 항공 위기의 파장 항공기 관련 제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보잉이 3만명 감원을 발표한 데 이어 GE도 항공기엔진부문 종업원을 4천명 줄이겠다고 3일 발표했다. 여행사들의 경영난도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아시아 항공업계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중국 호주 대만 등지의 항공사들은 내수영업이 이번 테러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덕에 항공기 구매를 늘리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