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대박을 터뜨린 '쉬리', 그 뒤를 이은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등 공전의 히트를 친 한국영화가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한국영화 도전과 성공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들어 전성기를 구가하는 한국영화의 성공요인으로 '엽기' 같은 대중문화 코드의 적절한 활용 창의적 인력 흡입 협업.공조 시스템 등을 꼽았다. 심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화산업은 업종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다"며 "미국 테러사태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영화산업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장 중심의 트렌드 해독력 강화 =최근 영화제작사들은 '엽기' '조폭' '노스탤지어' '과장(over)' 등 대중문화의 코드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 작품에 반영했다. 대표적인 예가 '엽기적인 그녀'. 마니아급 모니터링 회원 50여명이 엽기 코드를 생성.채택.손질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친구'와 '신라의 달밤'은 '남성중심의 액션+조직폭력+노스탤지어'가 혼합된 작품으로 지방관객을 먼저 석권한 후 서울 관객까지 평정한 경우다. 기업도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짚어내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상품기획.개발 과정에서 트렌드 반영 정도를 평가하고 △연구회·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며 △분기별 트렌드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 특급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90년대 말부터 국내 영화업계에는 '젊은 영화·젊은 산업'의 활기가 고조돼 왔다. 충무로판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들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미국 메이저 영화사나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이나 벤처투자자나 MBA 출신 엘리트들이 영화계에 합류하고 있다. 영화의 성패가 인적자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인력을 어떻게 확보.육성.유지하는가가 그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 가치네트워크(Value Network) 강화 =8백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친구'는 제작.투자.마케팅 시스템의 결합이라는게 연구원 분석. 제작사의 열정과 투자사의 냉철함, 마케팅사의 혁신정신이 상호 균형감있게 잘 어우러진 결과로 대박이 터졌다는 설명이다. 기업도 부품 공급.유통업체, 신기술 벤처 등을 엮어 네트워크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