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오는 11월 9-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4차 각료회의에서 채택할 선언문 초안을 마련, 회원국들에게배포함으로써 뉴라운드 출범논의가 본격적인 협상국면으로 전환됐다. 일반이사회 의장인 홍콩의 스튜어트 하빈슨대사가 작성한 7쪽 분량의 각료선언문 1차 초안은 한국, 일본 등이 강력히 요구해온 반(反)덤핑문제가 협상의제에 포함됐다. 미국은 그동안 반덤핑을 뉴라운드 협정의 의제로 포함하는데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선언문 초안은 이와함께 유럽연합(EU)이 상당수 개도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의제에 포함할 것을 주장해온 투자와 경쟁정책도 포함시켰으나 찬성과 반대 입장을 동시에 명기하는 등 매우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했다. 하빈슨 의장은 선언문 초안과 함께 일부 강경개도국들이 뉴라운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의 이행문제에 관한 중재안을 담은11쪽 분량의 각료회의 결정 초안도 동시에 제시했다. 그러나 선언문 초안은 당사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농업분야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또한 미국과 EU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환경문제도 다자환경협정과 WTO협정의 관계를 연구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수준에 국한됐다. 그러나 EU가 환경위해 여부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도 수입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전예방적 원칙'은 문안에서 제외됐다. 주제네바 대표부의 정의용(鄭義溶)대사는 "이번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은 종전에비해 개도국, 최빈개도국, 섬나라 등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의 우려와 요구를 많이반영하는 등 비교적 균형있게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핵심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농업분야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반덤핑도 아직 정식의제로 확정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표현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WTO회원국들은 시애틀 각료회의 무산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결과를 종합, 정리한 각료회의 선언문 1차 초안을 중심으로 핵심 의제별로 비공식 소그룹 회의를 갖는 등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 등 일부 강경개도국들은 선언문 초안에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이행문제에 대한 선진국들의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이견조정에 적지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WTO는 오는 2일 의장이 제출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대한 전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3일에는 개도국 이행문제에 관한 일반이사회 특별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 등 WTO의 핵심 주도국과 개도국 진영을 대표하는 회원국 등 20개국은10월중순 싱가포르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선언문 초안 등에 대한 막판 절충에 나설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