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나온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선언문 초안은 뉴라운드 협상의제의 밑그림이 문서화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다 11월9일 카타르도하에서의 각료회의 시작을 앞두고 10월 한달간 국가간에 고강도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초안은 상당부분 수정될 전망이다. 이번 초안에는 개도국 등이 지지해오던 공산품, 농산물, 서비스를 중심으로한시장접근 문제 위주의 '좁은의제'가 아니라 시장접근 외에도 반덤핑협정 등 기존협정의 개정과 무역원활화, 정부조달의 투명성 등에 관한 규범 정립 등 '폭넓은 의제'가 채택된 게 특징이다. 실제 반덤핑협정, 보조금협정 등의 규범을 명확히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 중 하나인 투자 및 경쟁정책에 대한 WTO규범 제정에 대해서는 방향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의제에 포함시켜 협상을 개시하자는 안과 연구작업을 계속해 5차 각료회의 때 보고서를 제출하자는 안 등 2개안을 초안에 넣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농업 분야의 경우 다른 의제와는 달리 문안을 만들지 않고 ▲농업개혁의 장기목표 ▲시장접근, 국내보조 및 수출경쟁 분야의 개혁방향 및목표 ▲(개도국에 대한)특별차등대우 ▲비교역적 관심사항 ▲협상일정 등 앞으로 문안에 집어넣을 내용만 나열해 놓은 게 특징이다. 이와관련, 유럽연합과 일본, 한국 등 수입국은 농업이 식량안보, 환경보호 등무역측면에서만 볼 수 없는 역할이 있는 만큼 점진적인 자유화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 등 수출국은 농산물 역시 다른 상품무역 수준의 자유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문제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의 소관사항임을 확인, 협상대상에서 뺐다. 그러나 개도국이 강력히 반대함에 따라 일단 협상의제에서 제외된 환경문제의경우 유럽연합측이 다시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돼 난항이 예상된다. 10월 한달간 협상을 통해 초안을 다듬어나가고 11월 각료회의에서 막판 조율이이뤄질 예정이지만 초안에서 빠지거나 추가되는 의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가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10월 한달간 협상을 거쳐 결국 11월 각료회의까지 끌고가게 될 전망"이라며 "뉴라운드 출범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