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이라는 큰 틀을 지키면서 경기 부양도 시도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요약된다. 주택 건설과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를 올해보다 6% 이상 확대키로 한 가운데 적자 보전용 국채발행 규모를 3천억원 줄인 것이 그 예다. 이번 예산안은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의 급변하는 경제상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수정 예산'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 논란 클 듯 =국회 심의과정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등 야당과의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짜여진 예산인 만큼 경기 급랭시 세수가 기대만큼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논란의 불씨다. 따라서 이번 예산안은 말 그대로 '안(案)'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불용 이월예산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급랭하는 경기에 대응하며 예산안 심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오는 11월께 경기상황을 다시 점검한 다음 상황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 예산편성 기본 내용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지식정보화 시대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미래 대비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적 복지체제를 내실화하는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고 기획예산처는 설명했다. SOC 부문에는 올해보다 6% 늘어난 15조7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민자 투자를 포함하면 17조5천억원으로 13.3% 증가된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15.8% 증액된 4조9천억원이 배정돼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회복지 예산은 9조6천억원으로 3.1%의 비교적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국방비는 6.3% 늘어난 16조3천6백40억원, 공무원 인건비는 9.9% 증가한 20조8천2백37억원으로 편성됐다. 공적자금 이자, 공무원 인건비, 교부금 등 경직성 경비가 전체 예산의 53조원(47%)이나 차지하고 있어 당초부터 유연한 예산 편성이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 내년에도 적자재정 =정부 재정은 외환위기 이후 5년째 적자 살림을 짜게 됐다. 적자보전용 국채발행 규모는 1998년 9조7천억원에서 99년 10조4천억원으로 늘었다가 작년 3조6천억원, 올해 2조4천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내년에는 2조1천억원으로 줄게 됐다. 하지만 2003년 균형재정, 2004년 이후 흑자재정을 통한 국가부채 상환이라는 정부의 중기 재정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만일 경기 대응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면 균형재정 달성 시기는 더욱 지연된다. ◇ 공적자금.국채이자 재정규모 10% 육박 =공적자금과 국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9조7천억원(13.4% 증가)이 책정됐다. 이는 전체 재정규모의 10%에 육박한다. 공적자금과 국채 이자는 지난 98년 1조4천억원에서 99년 5조3천억원, 지난해 7조5천억원, 올해 예산에는 8조6천억원이 책정되는 등 급격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이나마도 국가보증채의 순조로운 차환 발행을 전제로 짜여진 것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