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은의 독립성 확보 여부와 뒷북치는 정책 대응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한은의 경기예측 능력과 과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도 도마에 올랐다. ◇ 독립성 상실한 금융통화위원회 =안택수 의원(한나라당)은 "한은은 지난해 두차례 금리를 올렸고 올해는 네번 내렸는데 그 때마다 금리정책에 대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고 그 방향대로 결정났다"며 "한은이 정부와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손학규 의원도 "최근 미국 테러사태 직후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전에도 정부 고위 인사가 금리인하 관련 발언을 했다"며 "여당과 사전 협의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으로 사전 협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강력한 성명이라도 발표해서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전 총재는 "적어도 금통위가 열리기 1주일 전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금리정책에 대해 언급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뒷북치는 정책 대응 =안택수.서정화 의원(한나라당)은 "한은은 왜 늑장.뒷북치는 금리인하만 단행하고 있느냐"며 "좀 더 시의적절한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 총재는 이에 대해 "물가 안정과 관련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답했다. 홍재형 의원(민주당)도 "그간 한은의 금리정책은 선제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다 낮춘 후 뒤따라 금리를 내려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목표 달성에만 집착해 효율적인 통화신용 정책운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빗나가는 경기전망 =김동욱 의원(한나라당)은 "중앙은행의 경기전망은 정책을 수립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기초자료인데도 경기 예측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한은은 올 상반기 뚜렷한 경제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낙관적 경기 전망만 펼쳤다"며 "경기상황에 대한 분석도 무책임하고 대책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 총재는 이에 대해 "최근 경제 예측의 오차가 컸던 것은 미국 경제나 세계 반도체 경기, 국제 유가 등 해외 경제여건이 세계 주요 예측기관들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에 대한 정보수집.분석기능을 강화하고 경제예측 모형을 개선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