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의 은행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속에 부실채권의 과중한 부담으로고전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이 23일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아시아 신흥시장 은행들의단기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경고했으며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국가에서도 은행들이 부실채권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이와 함께 아시아 신흥시장의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의 경우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찰스 애덤스 수석경제자문은 "97-9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아직도 금융시스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국가들이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이 국가들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내고 있으나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되살리기 위해서는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부총리도 "동남아시아의 은행들은 기업 부문의 부실채권을 반드시 청산처리해야만 한다"고 밝히고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 금융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불건전 금융기관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S&P는 국가별 현황에 대해 논평하면서 "한국의 경우 과도한 부채를 안고있는 재벌에 대한 개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장애로작용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소비위축과 투자 증가율의 정체,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이 경제와 은행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일본에서 은행들이 부실채권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주요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97-98년 금융위기로 가장 타격을 받은 국가 가운데 하나인 태국은 지금까지 가장 실망스러운 성과를 보였으며, 말레이시아도 부실채권 정리에 있어서 기회를 놓침으로써 지난해말 16%이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올해 상반기에 18%로 올라갔다고 S&P는 분석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