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4억달러를 투입해 연 매출 50억달러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우차 매각을 위한 MOU(양해각서) 체결 사실이 21일 발표되자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GM이 대우차의 우량 자산만 선별 인수하는데다 인수 대금도 돈을 벌어서 향후 10년 이후부터 차차 갚기로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국내 채권단은 앞으로 세워질 신설법인(가칭:GM-대우,이하 뉴코)에 20억달러(한화 2조6천억원 가량)를 장기 운영자금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물론 채권단은 대우차 자산을 넘겨주는 대가로 12억달러 외에 출자지분에 대한 자본 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대다수 대우차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받는 것과 함께 정치·사회적인 문제였던 부평공장도 GM의 지원하에 일단 가동하게 됐다. 무엇보다 거대 부실기업을 처리함으로써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의 의미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복잡한 매각절차=이번 대우차 매각은 주식을 넘겨받는 통상적인 M&A(인수합병) 방식이 아니다. GM은 새로운 회사(뉴코)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대우차의 일부 자산과 부채를 사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뉴코의 초기 자본금은 5억9천7백만달러가 된다. GM은 4억달러(총 지분의 67%),채권단은 1억9천7백만달러(33%)를 현금 출자한다. GM 지분 67% 중 GM 본사가 50% 이내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잔여 지분은 GM의 관계 계열사가 가진다. 채권단 지분 33%의 출자비율은 추후 결정된다. 이렇게 설립된 뉴코는 대우차 자산 가운데 군산 및 창원 승용차공장,22개 해외판매법인,2개 해외생산법인,부평공장의 R&D(연구개발) 및 정비부문 등을 인수한다. 뉴코는 이들 자산을 인수함과 동시에 현물 출자하는 형식으로 12억달러의 '배당부 상환가능한 장기 우선주'를 발행,채권단에 주는 것으로 대우차 매각 절차는 일단락된다. ◇매각대금은 얼마인가=한마디로 '얼마다'라고 분명히 말하기가 어렵다. 4억달러에서부터 8억5천만달러,12억달러,20억달러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분인수 방식이 아니라 자산·부채 인수 방식을 취한데다 현금상환용 우선주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매각 계약에 동원했기 때문. 뉴코가 대우차 자산을 인수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은 12억달러다. 이 돈은 현금이 아니라 우선주로 대우차에 일단 지급되고 대우차는 이를 채권단에 건넨다. 부채를 갚는 형태다. 하지만 채권단이 받는 우선주의 가치는 현재 가치로 8억5천만달러로 줄어든다. 이유는 이번 우선주가 채권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 상장되지 않는데다 10년까지는 현금 상환이 되지 않고 평균 3.5%의 배당만 받는다. 10년 이후에는 뉴코가 수익의 일정범위 내에서 우선주를 단계적으로 현금 상환해 15년까지 상환을 마무리짓는 조건이 달려 있다. 물론 뉴코가 망하면 우선주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같은 독특한 우선주를 동원한 것은 GM의 인수 부담을 줄이고 채권단으로선 헐값매각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인수 금액이 20억달러라는 계산은 뉴코가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법인 차입금(3억2천4백만달러),정상영업부채(5억1천만달러) 등 8억달러의 부채를 함께 인수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만 보면 실제 대금은 4억달러에 불과하다. GM의 출자 현금은 4억달러가 전부다. 자산인수 대가로 지급하는 12억달러의 우선주는 GM이 부담하는 게 아니라 뉴코가 향후 돈을 벌어서 갚기 때문이다. 따라서 GM은 4억달러를 내고 대우차를 가져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헐값에 넘기지 않았느냐는 일각의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