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테러사건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빈라딘그룹(SBG)'과 거래하던 서방기업들이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우디 최대그룹중 하나인 빈라딘그룹의 창업주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 지금은 이복형제들을 포함,50명에 달하는 오사마의 형제들이 경영일선에 나서 있다. 때문에 이들과 거래해온 기업들은 "결코 이상한 거래는 없었다"고 밝히는 등 불똥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빈라딘그룹은 연간매출이 50억달러에 달하는 그룹으로 사우디 최대건설업체를 비롯 장거리통신 음료판매까지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평소 사우디왕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외국기업들 사이에 신용도 좋아 걸프전당시 미군기지의 활주로와 막사도 수주했을 정도다. 이 그룹은 테러발행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오사마가 68년 사망한 아버지로부터 5천만~6천만달러의 유산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주식은 단 한주도 없다"며 오사마와의 관련성을 정면 부인했지만 파문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 그룹이 고객이라고 확인하면서 "오사마와 관련이 없는 데다 우리는 일반적인 금융서비스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발뺌하고 나섰다. 빈라딘그룹이 건설하는 발전소에 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GE도 "빈라덴그룹은 오사마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우디내의 음료판매를 이 그룹에 위탁하고 있는 스내플은 "그렇지 않아도 사우디내의 판매량이 줄고 있어 조만간 관계를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페이저회사인 멀티톤전자는 사우디 제휴회사인 버드통신이 빈라딘그룹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마이클 워커 CEO는 "정말 몰랐다.단지 버드통신인줄만 알았다"며 "이 회사가 테러행위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