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사건 여파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꺼리고 있다. 특히 추석이라는 연중 최대 자금성수기를 겨냥, 은행권은 3조원의 특별대출자금을 마련했으나 20일 현재 소진율은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지난 10일부터 5백억원의 특별자금을 마련, 추석운영자금으로 기업들에 빌려주고 있지만 이날 현재 67억원만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은행의 추석자금 대출 한도는 업체당 3억원 이내이고 금리는 연 6~8%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전화 문의는 많이 오고 있지만 대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등 향후 리스크를 감안해서인지 소액 대출을 원하는 기업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1조2천억원의 특별자금을 마련, 10월말까지 중소기업에 대출키로 했지만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이 은행 중소기업부 최명동 팀장은 "테러사건 이후 수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의 대출신청이 줄어들고 있다"며 "예상보다 실적이 적어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3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추석자금 대출에 나서고 있는 하나은행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현재까지 1천3백억원 정도를 빌려 줬으나 대출금 상환이 늘면서 순증분은 9백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있으나 자금수요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경기침체를 우려해 대출을 미리 받는 자금가수요 현상이 있을 법한데도 시중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갚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에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향후 전망도 극히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 등을 자제하고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무엇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