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은 총재가 긴급 금융통화위원회 소집을 통보한 것은 지난 18일 밤 11시. 지금까지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조정한 선례가 없어 적잖이 망설였고 한은 내에서도 담당자외엔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대통령이 주식갖기 운동까지 제기한데다 민주당에서도 금리인하 검토 발언을 공개 천명한 정도여서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시각까지만 해도 금통위원 대부분은 이번 주말께 확정될 정부의 비상대책을 지켜본 뒤 인하 시기를 정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밤 11시를 넘기면서 금통위원들 집으로 일일이 전화통지가 전달됐다. 아침 7시30분 이전에 나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공보실 직원들은 19일 새벽 3시에야 전화를 받고 아침 6시부터 기자들에게 임시 금통위 개최 사실을 통보하기 시작했다. 전 총재는 전날 저녁 7시쯤 퇴근하는 연막작전을 폈다. 집으로 안가고 인근 음식점에 머물며 인하 시기를 저울질했다. 밤 10시30분께야 결심이 섰다. 사실 정부와 여당의 압력이 거셌다. 전 총재는 당초 20일로 예정된 정례 금통위를 염두에 뒀다. 하루 앞당겨진 것은 18일 오후 채권시장에서 '오늘밤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는 루머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늦출 경우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뭐하느냐'는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전했다. 한은은 어차피 금리는 내려야 할 텐데 다음달 금통위(10월11일)는 너무 멀고 다음 주로 미뤄봐야 비난만 거셀 터여서 차라리 '깜짝쇼'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전언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