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이례적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협력해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미국 테러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로권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역내 요구가 끊이지 않아온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이 ECB의 추가 금리인하를 점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ECB의 금리 인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현금리가 적정수준'이라는 것이 빔 두이젠베르그 총재를 비롯한 ECB 간부들의 공식 입장이었다. 더욱이 FRB가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지 불과 세시간여만에 같은 폭으로 조달금리를 내린 것도 예상 외다. 격주 목요일(현지시간)소집되는 통화정책이사회에서만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ECB 성명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사들이 전화 회담을 갖고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ECB의 이번 조치는 유로권 인플레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기인한다. 성명도 "역내 인플레가 더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금리를 내려도 무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CB는 그간 금리 고수의 최대명분으로 역내 물가유지가 통화 정책의 초점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ECB의 이례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 유로권도 일제히 환영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무장관은 "역내 경제를 부추기기 위해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유럽연합(EU) 집행위의 페드로 솔베스 통화담당위원도 "미국과 유럽이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건설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의 금리 인하가 발표되면서 유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FRB가 먼저 금리를 내린후 한때 유로당 0.9331달러까지 가치가 치솟았다가 ECB의 후속 조치가 취해지자 떨어졌으며 0.9171달러에 이날 거래가 완료됐다. 코메르츠방크의 통화분석가는 "단기 차익을 노린 이식매도 유로 강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번에 회동 방식 등에서 이례적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향후 통화 정책의 '융통성'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테러 후유증을최소화하기 위해 ECB와 통화 스와프까지 하는 등 집요하게 움직인 FRB의 압력도 이면에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ECB 외에 캐나다 및 스위스 중앙은행들이 이날 금리를 인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스의 관계자는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ECB가 "금리를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 더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