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구조에 적합한 스팀청소기 개발기업인 한영전기의 한경희 대표와 고남석 이사는 부부 사이다. 아내가 대표를 맡고 있고 남편은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들은 1996년 노처녀 노총각으로 만났다. 당시 한 대표가 33세였고 고 이사는 39세였다. 만난 지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왜 이렇게 늦게 내 앞에 나타났냐고 남편에게 따졌습니다. 한 눈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죠.서로 나이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결혼도 빨라졌습니다" 이들은 부부의 인연을 맺기 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한 대표는 MBA(경영학석사) 출신으로 교육부 공무원이었다. 고 이사도 MBA로 유통과 무역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한 대표는 이화여대 졸업 후 유창한 어학실력을 인정받아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특채됐다. 전문성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미국의 호텔 부동산 무역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몇 년간의 외국생활 후 귀국한 한 대표는 대기업 직원들에게 영어나 일어 등 외국어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우연히 5급 공무원 특별채용고시를 보고 시험에 응시해 교육사무관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1999년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공무원생활과 가정주부로 일하면서 집에서 걸레청소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 때 결심했죠.주부들을 걸레질에서 해방시켜보자고 말입니다" 한 대표는 교육사무관 자리를 버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큰 모험이었다. 제조업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멀고 험난한 길이 그 앞에 놓여있었다. 부품 하나 하나를 일일이 만들었다. 1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3년이나 걸려 "이지크린"이라는 스팀청소기를 내놓았다. 이 청소기는 간편하게 걸레질을 할 수 있으며 증기로 바닥을 청소하기 때문에 청소 냄새를 없애준다. 진드기 곰팡이 대장균 등의 세균도 제거한다. 주부들의 반응이 좋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남편인 고 이사는 한 대표가 힘들어 할 때마다 위로하며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고 이사는 "안쓰러워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았죠.하지만 의지가 굳센 아내의 성격을 알기에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외조의 길을 택했습니다"며 그 때를 떠올렸다. 무역업을 하고 있던 그는 금년 5월 한 대표를 직접 도와주게 된다. 스팀청소기 판매가 호조를 보여 영업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고 이사가 무역업을 접고 한영전기에 합류했다. 중국 일본 등에서 문의가 많아 고 이사가 영업과 수출을 총괄하기로 했다. "아내가 사장이라서 불편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누가 사장을 하던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아닙니까" 고 이사는 아내가 회사 사장인 게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032)679-7100 글=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