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달동의 삼창기업 본사 건물은 연매출 1천억원이 넘는 원자력 계측제어분야의 국내 간판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워진 지 7년이나 된 4층규모의 낡은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 회사는 그만큼 스스로를 외부에 알리는데 인색하다. 외양보다는 내실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경영전략때문이다. "홍보에 신경쓰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기술개발에 힘써 실력으로 평가받겠다"는 게 이 회사 이두철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술이 곧 사람"이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아무리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도 해마다 매출액의 4%이상을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다. 삼창이 인체에 있어서 두뇌와 같은 국내 원전시설의 가동시스템을 총괄 관리하는 5백여명의 고급 기술인력을 배출할 수 있었던 저력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현재 삼창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외국기술 의존율이 매우 높은 국내 원자력 발전소의 자동제어분야를 1백% 국산화하는 일이다. 삼창은 이미 시스템의 오류나 착오로 원자력이 불시에 정지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자제어카드 82종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지난5월에는 발전제어설비의 핵심부문인 디지털 조속기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디지털 조속기는 터빈이나 디젤엔진 등에 입력되는 에너지의 양을 조절,발전기의 출력량을 조절하는 핵심 발전제어장치다. 이들 제품의 국산화를 통해 연간6천만달러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창은 지난97년 환경방사선 감시시스템을 개발해 원전에서 배출되는 인공방사선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사고방지에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사업성과는 이두철 회장의 "한우물파기식" 경영철학의 산물이다. 이 회장은 창업이후 28년간 오로지 원자력 제어계측기기 국산화개발에만 전념해왔다. 지난91년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을 평가받아 세계명사록(WHO'S WHO)에 이름이 오를 정도였다. 지난95년 국내 최초로 한국원자력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창은 현재 미국 우드워드,프랑스 알스톰 등 36개 외국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첨단 바이오 및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2005년까지 수출5천만달러를 포함,2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중견기업으로서 기반을 완전히 다지겠다는 각오이다. 내년초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이다. (052)261-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