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내정보국 M15는 최근 산업계와 금융계 대표들을 런던 밀뱅크에 있는 본부 청사로 초대, '열린 사회에서의 비밀작업'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브리티시텔레콤 롤스로이스 홍콩샹하이은행 등의 쟁쟁한 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M15의 스티븐 랜더 국장은 "산업스파이는 테러리스트만큼 위험한 존재들"이라면서 "영국기업들이 보안활동 강화를 위해 M15에 자주 도움을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랜더 국장은 특히 동유럽에서 사업을 할 경우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있지 못하면 합작파트너를 잘못 고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M15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산업국가들의 정보기관들이 산업스파이를 막는데 발벗고 뛰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우주항공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민간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추진하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들이 늘어나면서 고급정보나 두뇌의 유출은 국익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국가방첩센터 'NACIC'를 중심으로 전개해온 기업방첩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NCIX로 개편, 사무총장에 산업스파이전문가인 데이비드 스자디를 임명했다. NCIX는 자체 예산권을 가지고 각종 방첩전략을 기획 분석함은 물론 직접 수사에 나서기도 한다. 핵심임무가 경제정보 수집과 산업스파이 차단이며 연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NCIX는 특히 인터넷 정보시스템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기업 원천기술 유출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 미연방수사국(FBI)의 56개 지부를 중심으로 기업경영자 및 보안책임자와 정기 접촉을 갖고 있다. 미국이 요주의로 분류된 나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프랑스 이스라엘 대만 인도 등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연방보안국(FSB)가 중심이다. FSB는 지난 2월 20년간 우주물리학연구소에서 일한 자국 과학자 다닐로프를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다닐로프가 중국의 무역회사에 인공위성 관련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특히 냉전체제 종식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서방의 포섭대상에 올랐다고 보고 관련 인력이나 정보 유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FSB는 러시아 연방과학아카데미(RAN) 최고회의에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해방지 조치에 관하여'라는 자체 시행령 제정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행령은 연구소 직원이 외국인과 접촉시 반드시 문서형태로 연구소 행정실장에 보고토록 하고 외국인의 실험실 방문내용은 즉시 연구소 대외과에 통보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도 국가안전부를 중심으로 보안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내부 단속보다는 다른 선진국 정보를 빼내는데 지원활동을 한다는 의혹을 서방으로부터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외국기업을 유치할 경우 중국측 파트너가 그 기업의 핵심기술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확보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정원도 기업체의 요청이나 특정사안이 발생할 경우 현장 방문이나 심층 조사를 통해 기업들의 취약점을 발굴.지도해 준다. 매년 특정주제를 선정, 기업체및 연구소 보안실무자들과 워크숍을 하고 있으며 산업기밀 보호와 관련된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