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에 으레 따르게 마련인 소송을 이번 테러사건에는 하지 말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항공사들에 또다른 부담이 될 소송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중단요청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전미 법정변호사 협회는 14일 화요일(11일)의 참사와 관련,소송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리오 보일 회장은 회원 변호사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지금 이 순간에는 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소송중단을 호소했다. 협회가 소송중지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소송중단요청에 반발하는 변호사도 많아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비행기충돌 소송만 15년간 맡아온 존 코올 변호사는 "주제넘은 요청"이라며 "소송여부에 대해 미리 입장을 밝히는 것은 변호사 협회의 역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역에는 비행기 관련 소송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만 1백명이 넘는다. 뉴욕의 리 크라인들러 변호사는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탔다가 희생당한 유가족들로부터 소송의뢰가 벌써 들어왔다"고 밝혀 앞으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가 5천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소송을 시작할 필요는 없지만 유가족들의 법적권리를 찾아줘야할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연방법은 변호사들이 비행기 충돌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소송을 맡겨달라고 직접 요구하는 것을 사고후 45일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항공사들에 소송은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연료비상승과 경기부진에 따른 승객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이 이번 테러사건의 여파로 40억달러 이상 손해를 봄으로써 연간 1백억달러 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에는 승객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당초 예상했던 7억달러의 흑자는 물건너갔다며 4억달러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일부 항공사들의 파산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