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살짜리 딸과 함께 보스턴에서 UA175편을 탄 피터 한슨씨(32)가 무선전화를 이용해 코네티컷주 이스턴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전화를 한 것은 11일 아침 8시반 쯤. "비행기가 납치당한 것같아요.스튜디어스가 죽었고 납치범들이 비행기를 통제하고 있어요.사랑해요…" 전화가 끊어지자 부모들은 즉각 TV를 켰다. 그 속에는 사랑하는 아들 가족이 탄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뉴저지주 뉴와크공항을 이륙해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UA93편에 있던 승객들은 기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가족들에게 생중계했다. 일부는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들은 납치범을 위협했고 비행기는 펜실베이니아주 시골 마을로 떨어졌다. 무선전화는 이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런 '인사'가 살아남은 이에게 어떤 충격을 줄지 모르지만 새로운 사회현상임에는 틀림없다. 무선전화는 구조 현장에서도 남다른 역할을 했다. 세계무역센터 81층에 근무했던 뉴욕뉴저지항만청공사 직원 존 맥래프린씨. 잔해더미 속에 깔려 꼼짝 할 수 없었지만 무선전화로 구조를 요청했다. 잔해더미가 두꺼우니 구조대원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13일 0시 이 연락을 받은 구조대원들이 달려와 7시간 동안의 구조끝에 그를 살려냈다. 그후 무선전화 업체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무선전화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호를 감지하는 특수장치를 사고현장에 설치했다. '무선신호=생명구조'라는 생각에서다. 보스턴 소재 컨설팅회사인 양키그룹은 '무선전화 사용자의 40% 이상이 안전용으로 구입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잠시 주춤하던 무선전화 구입이 이번 테러사건으로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이기도 하다. 인터넷 접속률도 요즘 다시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고관련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수시로 cnn.com 등 웹사이트를 찾기 때문이다. 테러사건이 시들해져가던 '신경제'를 다시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