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테러사건이 미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인명피해 규모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며 미국경기 위축도 현실화되고 있다. ◇ 인명피해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인한 실종자수가 13일(현지시간) 현재 모두 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날 무역센터 붕괴로 인한 실종자수가 4천7백6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인 15명이 실종된 것을 비롯 무역센터에서 근무하던 다수의 각국 국민들 역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 국방부 청사 테러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2백50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중에는 3성 장군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은 이번 테러공격으로 자국민 1백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미국 다음으로 최대 피해를 봤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총 사망자수는 수백명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산업피해 =뉴욕 맨해튼을 거점으로 한 금융계가 통신시설 파괴와 대규모 인적피해로 치명적 타격을 입은데 이어 항공 운수 유통 등 서비스업에도 막대한 후유증이 밀어 닥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상당수가 정상 조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혼다 이스즈 등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의 현지공장이 잇달아 조업중지에 들어가는 등 대형 산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견 항공사인 미드웨이항공이 지난 12일 여행수요 격감을 이유로 파산을 선언한데 이어 전문가들은 미국 항공사들이 사상 최대의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사건이 고객감소로 고전하던 10대 항공사들에 카운터 펀치를 먹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년 순손실 규모가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 92년의 45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11일 이후 세계 항공업계는 약 1백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는 메이시 등 유명 백화점이 12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고객수가 격감한데다 직원들도 제대로 출근을 못하자 상당수 백화점이 정상영업을 내주 이후로 미뤄 놓고 있다. 소형 슈퍼마켓 등에서는 생필품난을 우려한 사재기 인파가 쇄도했으나 테러사건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크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류체계 혼란과 일부 운송망 두절로 부품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혼다와 이스즈자동차는 미국 및 캐나다 현지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혼다는 4륜차 조립공장이 캐나다 토론토에 있지만 미국에서 육로로 수송해온 시트, 브레이크 등의 부품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피해 =이번 테러에 따른 직접적인 파급 만으로도 가뜩이나 불황의 경계에 서 있던 미국경제의 추가위축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월가의 영업이 멈춰 있고 대규모 쇼핑몰 등의 매출이 격감할 것을 감안할 때 3.4분기와 4.4분기의 잇단 경기위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그나마 미국경제 성장의 마지막 보루였던 소비. 현재 미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각종 위기 때마다 급락세를 보여 왔다. 한 예로 지난 90년 걸프전은 미국 소비심리의 급락에 이은 실질소비 급감으로 91년 불황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조재길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