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33억달러 감소, 국제 유가 30달러대 고공비행, 경제성장률 0.5~0.8%포인트 하락, 외국인 주식자금 5조원 이탈 가능성 등'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LG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13일 미국 테러사태의 파급영향에 대해 이같은 내용의 우려섞인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현재로선 향후 미국의 대응 수위나 미국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미국 테러사태가 경제외적인 돌발 사건인 만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국내 경제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시장 타격 =당분간 증시 불안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미국 증시가 문을 연 뒤의 다우 나스닥 주가추이에 달려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해외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남북한 대치상황은 투자자들의 위기 의식을 고조시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한국을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미국 증시 혼란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면 73조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중 최대 5조원 가량이 한국에서 빠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KIEP도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수출부진 심화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13일 현재 반도체에서만 5백만달러의 수출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항공편으로 수출되는 휴대폰과 기타 소형 전자부품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2천5백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실물경기 회복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 수출이 약 14% 감소하고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약 33억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30달러 이상 수준에서 지속되면 연말까지 수입은 10억달러 가량 늘고 수출은 15억달러 줄어 국내 경제성장률이 0.5∼0.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고유가.고물가 우려 =LG경제연구원은 유가가 점진적으로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유가안정 다짐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제 유가는 원유 수급상황보다는 중동 지역과 미국간 긴장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가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유가가 지금보다 약 5달러 상승(배럴당 30달러 이상)하면 국내 물가는 앞으로 1년간 0.4∼0.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