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참사에 따라 우려했던 대미수출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13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이후 항공운송품의 수출지연과 해상운송품의 통관지연, 수출대금 입금지연 등의 수출 차질이 빚어지고 맨해튼 일대 바이어들과의 접촉도 사실상 두절된 상태다. 특히 WTC에 입주해 있던 세관본부, 항만청 등이 건물붕괴와 함께 제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수출입 물류와 통관업무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피해규모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2일 엠코테크놀로지 코리아가 미국에 수출하려던 76만달러 어치의 반도체가 인천공항에 묶여 있는 등 항공편 운항중단에 따라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단기적인 수출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산자부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반도체에서만 500만달러의 수출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휴대폰과 기타 소형 전자부품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규모는 2천5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기계의 경우 해상운송 비중이 높지만 대우종합기계의 공작기계 500만달러어치가 뉴욕항 봉쇄로 통관대기중이며 항공편을 이용하는 업체도 하루 11만달러 이상의 수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금의 경우 금융거래시스템이 마비되면서 7만3천달러의 수출대금 입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자동차의 경우 2천31대를 싣고 뉴욕항에 도착하려던 선박이 항만 폐쇄에 따라 인근 항구로 회항했지만 미국 현지 재고량이 2개월반∼3개월 가량 확보돼 있어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는 납기지연이 이뤄지고 있는 일부 품목의 경우 바이어에 따라 클레임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맨해튼을 무대로 활동하는 바이어의 90% 이상이 출근과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통관업무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향후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항만에 대한 보안검색이 전역에서 강화되면서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항으로 입항하는 선박도 항구정박시간이 평소보다 8시간 가량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는 그동안 준비해온 미주 및 중남미 지역 시장개척단사업 9건 가운데 16∼23일 미국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에 보낼 예정이던 시장개척단의 경우 현지 바이어와의 접촉 곤란 등으로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당초 이달 12∼20일 중남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중남미 시장개척단도 항공편을 못구해 일단 출발을 늦춰놓은 상태다. 산자부 관계자는 "항공편 수출은 곧 재개되겠지만 통관 및 항만업무 정상화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가 문제"라며 "특히 연말 특수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경우 전반적인 수출 부진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경수현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