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멕시코 경제가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 대규모 테러사건으로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보여 한국산 제품의 대멕시코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멕시코의 경제전문가들은 대미 수출입이 멕시코 전체 수출입의 9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대미 경제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이번 테러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멕시코경제는 위축단계를 넘어 마비상태까지 이를지도 모른다고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멕시코 증권시장은 지난 11일 테러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거래가 중단됐다가 재개장됐으나 폭락세를 거듭한 끝에 IPC 지수가 전날보다 5.55% 떨어진 5천531.02포인트를 기록하자 같은날 오후부터 거래가 재중단됐다. 증권시장은 12일에는 아예 휴장했다. 페소화의 환율 역시 지난 10일까지 달러당 9.10페소 수준의 강세를 보였으나 테러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 일부 환전소에서의 매도환율이 한때 11.0페소까지 오르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외환거래는 12일에 재개돼 차츰 정상을 되찾고 있으나 달러당 9.4∼9.5페소대에서 거래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가운데 페소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거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멕시코의 전체적인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한국산 제품의 대멕시코 수출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멕시코 무역관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멕시코 수출은 한국무역 통계기준에 따르면 24억달러였으나 미국을 경유해 수입되는 부품소재까지 수입액으로 계상하는 멕시코측 통계에 따르면 38억달러였다"고 지적하고 "페소화 약세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와 멕시코의 경기침체, 미국과 멕시코간 국경통과 제약 등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멕시코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마비현상은 멕시코에 진출한 외국기업체들의 판매동향에도 즉각 영향을 끼쳤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외환시장의 마비로 페소화의 급락이 예상되면서 공장출고를 중단하자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회사들도 일단 출고를 중지하고 사태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달러당 10.0페소선까지는 제품가격의 변동없이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출고를 중단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경기침체에다 소비위축 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어 판매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상사와 (주)대우 등 주요 종합상사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멕시코의 경기침체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로 수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며 "이번 테러사태는 대미 경제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테러사태로 인한 승객들의 불안감에다 미국을 경유하는 항공기 운항스케줄이 불확실해지면서 멕시코 바이어들의 방한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 것도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13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모터쇼에 참석예정이던 멕시코 부품업체 바이어와 20일부터 개최예정인 대구 종합상품구매상담회에 참석하려던 현지인 바이어 7개사 등이 항공기 운항중단과 향후 전망 불투명 등을 이유로 방한계획을 취소했다. KOTRA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전쟁행위'로 선언한 이상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바이어들의 방한계획 취소는 이어질 것이며 추가유치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제품의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