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동시 다발 테러로 일각에서 세계 공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주식 시장의 닛케이 평균 주가 1만선이 붕괴돼 이번 테러 사건의 경제적 여파가 결코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 주식 시장은 12일 미 주식 시장이 거래를 중지하고 유럽의 주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계속'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휴장할 경우 거래 재개시의 파괴적인 폭락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도쿄 주식 시장마저 휴장할 경우 테러에 굴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마비 상황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개장 강행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도쿄 시장은 개장을 평소보다 30분 늦추고 주가변동 제한폭도 통상의 2분의 1 선으로 억제하는 등 나름대로 테러사건에 대한 충격 완화책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1만선의 무참한 붕괴였다. 기관 투자가들이 향후 경제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손절매에 나섰다. 가뜩이나 미국을 진원지로 한 세계주가 동시 폭락과 경제 불안의 우려가 이번 테러 사건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 양상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닛케이 1만선 붕괴는 은행 등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일본 기업의 업적 악화를 부채질하고 개인 소비를 심리적으로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미 수출 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동남 아시아와 중국 경제에 대한 타격도 우려되고 이 타격은 다시 일본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실물 경제에 플러스가 될 재료가 전혀 보이지 않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의 비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과 일본은행이 위기감을 공유, 디플레이션에 제동을 걸고 세계 동시 불황을 회피하기 위한 재정.금융 정책과 증권 세제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 엄습한 이번 참사로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미 경제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고 세계적인 경제, 정치 혼란은 당분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가 반전과 수출 증대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기대를 걸어온 일본 일각의 '핑크빛 시나리오'는 거의 설 땅을 잃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러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처방전으로 당분간은 자금의 유동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12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총 2조엔의 유동성을 대거 시장에 공급했다. 일본은행은 앞으로도 시장상황을 주시, 필요할 경우 자금 공급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전날보다 1.2엔 가량상승, 달러당 119엔대에 거래됐다. 10년 전 걸프전쟁때 두드러졌던 유사시의 달러확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번의 경우 미국이 테러의 공격 대상이 돼 미국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는 당연한 엔고(高)이나 일본 경제로서는 엔화 강세가 바람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번 테러로 인한 경제 혼란을 최소하하기 위해 부시정권이 일본에 대해 고용 대책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예산 편성,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공황 회피 등을 위해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통화 및 금융 정책을 통한 협조 방안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