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현대그룹 증권3사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지원 등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3대 현안엔 미국의 테러피습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겉으론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심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3개 기업 처리의 협상 상대방이 모두 미국계 회사들이어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매각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 현대투신 =정부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현대투신증권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3개사를 미국 AIG에 파는 본협상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외자유치가 AIG의 단독투자가 아니라 다수의 자본이 참여한 컨소시엄 투자라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IG그룹이 보험업과 투자업 등 다양한 금융사업을 하는 거대자본이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AIG는 보험사가 주력인 만큼 이번 테러 피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G의 피해보상 부담이 커질 경우 현대투신 등의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포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AIG의 해외투자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져 현대투신 매각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내달말로 잡힌 본계약 체결시한이 다소 늦춰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 대우자동차 =대우차 인수를 추진 중인 GM(제네럴모터스)이 이번 테러사건으로 직접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테러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차원을 뛰어넘어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경우 GM 역시 대우차 인수에 대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대우차 인수를 포함한 GM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작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도 이런 점을 의식해 막바지 단계에 이른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짓겠다는 전략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인수대상 인수가격 등 핵심쟁점 사항은 사실상 타결을 본 만큼 세제지원 해외차입금 처리 등 부수적인 3∼4가지 문제를 서둘러 해결한 다음 가급적 빨리 MOU(양해각서)를 체결키로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의 지원결정이 임박한 하이닉스엔 미국의 테러 피습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세계경기 회복을 지연시킨다면 하이닉스의 회생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번에 3조원의 출자전환과 5천억원의 신규 자금지원 등으로 하이닉스의 유동성 숨통을 틔워줘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하이닉스 회생여부는 궁극적으로 반도체 값 회복에 달려 있다. 채권단 지원은 하이닉스를 연명시킬 수 있을 뿐이고 실제 살아날지 여부는 반도체 경기가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허원순.차병석.장진모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