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는 나스닥과 함께 11일에 이어 12일도 휴장을 결정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이틀 연속 휴장하기는 1945년 2차대전 종전무렵 이후 처음이다. 가장 장기간 문을 닫은 것은 1차대전 때로 당시엔 4개월간 휴장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증권이 이틀 연속 거래를 중단한다는 것은 시장을 열었을 경우 벌어질 상황을 우려해서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맨해튼의 상징이며 실질적으로 뉴욕경제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테러로 붕괴됐다는 대사건에 미국의 심장이 파괴됐다는 심리적인 쇼크까지 겹쳐 시장은 곧바로 공황상태로 변모할 것이란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도 침체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물론 일부에서는 '심리적인 공황' 상태만 벗어나면 시장은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빠른 시일내에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등 심리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직 기대섞인 조심스러운 전망일 뿐이다. 와튼 비즈니스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이번 테러사건은 중대한 전쟁행위"라며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즉각적인 패닉현상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한다. 앤소니 찬 뱅크원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테러는 소비심리를 꽁꽁 얼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연방정부가 테러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서 사건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해주느냐에 따라 시장이 안정되는 시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또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테러사태에 매우 냉정하게 대응했다"며 지난 1941년 진주만공습 당시 이틀 만에 5% 빠졌으나 곧바로 오름세를 보여 공습 후 한주 동안 불과 1.27% 하락에 그쳤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경제는 요즘 상황이 너무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다소 낙관적인' 관측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계 주가 폭락→달러 약세→미국 인플레→금리 인상→공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당분간 마이너스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공습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도 국내외 투자를 당분간 동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올들어 무려 7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 8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인 마이너스 14.6%를 기록했던 설비투자감소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투자감소는 첨단기술쪽 위주에서 업종 구분없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의 영향도가 높은 세계경제에 이번 테러사건이 미칠 파고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