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테러 직후 국제유가가 폭등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수요를 둔화시킬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둔데다 미국의 보복 및 투기자금의 유입 가능성 등을 감안할때 유가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는 12일 `미국 동시다발 테러와 유가영향 검토' 자료를 통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당분간 26∼28달러 수준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혀, 국내 경제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가 폭등에 거래중단까지= 테러 당일인 지난 11일(현지시각) 현지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26.14달러로 전날에 비해 1.29달러 올랐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우리나라 원유도입량의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유종으로 이날 26달러대 진입은 지난 6월12일에 26.30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은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장중에 전날에 비해 3.70달러 오른 31.05달러까지 폭등하면서 한때 거래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28.65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27.52달러에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무역센터(WTC) 인근에위치한 뉴욕상품거래소(NYMEX)가 폐쇄되는 바람에 현물거래가 중단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런던시장의 유가가 폭등하자 국제적인 수급안정을 위해 OPEC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미국이 보복공격에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유 26∼28달러로 오를 듯=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의 이런 태도로 볼 때공급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추이에 따라유가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는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러의 배후와 미국의 대응.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직감적으로 배후를 중동지역으로 지목,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배후 규명과 철저한 보복을 시사한 상황에서 테러의 배후가 중동국가 또는 이 지역 테러집단으로 밝혀지면 적지않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행동에 돌입하더라도 유가폭등을 감안해 석유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제2, 제3의 테러가 잇따르고보복이 계속될 경우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공사 이준범 박사는 "중동국가 일부의 경우 사회적, 정치적으로 취약하기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게 6개월마다 유엔과의 협상을 통해 석유수출을 하고있는 이라크의 태도도 공급 측면에서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라크는 이미 지난 6월 1개월간 수출을 중단하면서 유가상승을 부추긴 바 있다. 투기자금의 이동도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갈 곳 잃은 투기자금이 석유시장으로 대거 몰려들 경우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시장 관계자는 "OPEC가 공급조절을 워낙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는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면서 "약세 요인으로 세계경기 침체의 장기화 문제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강세 요인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석유공사는 "NYMEX 개장에 최소한 1∼2일은 걸릴 것 같아 당분간 국제 석유시장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두바이 기준으로 당분간 26∼28달러 수준에서 강세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점차 26달러대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