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수도인 뉴욕 맨해튼의 상징물인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붕괴시킨 테러는 세계경제도 비슷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 등 세계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월드트레이드센터 인근 월스트리트의 증권시장이 전면 폐장되면서 월가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전개과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대부분 어둡게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뉴욕 워싱턴에 대한 동시 테러공습이 이뤄진 직후 달러화가 급락하는 것을 우려하며 '달러약세->미국 인플레->금리인상->주가 급락'의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당분간 위축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공습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도 국내외 투자를 당분간 동결시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러 당일자 신문에서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 올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종전의 1.3%에서 0.7%로, 4분기 증가율이 2.8%에서 2.2%로 낮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간신히 플러스 성장은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중 하나는 기업들의 투자동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투자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올들어 무려 일곱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지난 2분기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율은 1982년 이후 20년만에 가장 큰 감소폭인 마이너스 14.6%를 보였다. 이런 추세가 더욱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감소는 곧바로 인원삭감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지난 8월 실업률이 4년만에 최고치인 4.9%까지 치솟았으나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급락도 미국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7월이후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최근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으나 이날 테러공습 이후 앞으로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침체되고 있는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 기관투자가들이 달러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수입물가상승 등으로 인플레가 야기된다. 따라서 경제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게 될지도 모르게 된다.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격. "급격한 달러약세는 일본 등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테러공습은 미국경제에 충격을 줘 가뜩이나 위축된 세계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