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급 패션업체 구치 인수전의 대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프랑스 1,2위 갑부들간의 2년반에 걸친 구치 쟁탈전은 프랑수아 피노(63) PPR회장의 구치 인수로 끝났다. 싸움을 시작한 LVMH의 버나르 아르노(50) 회장은 구치 대신 현금을 택했다. 피노 회장은 쁘렝땅백화점 등을 거느리고 있는 유통그룹 PPR의 설립자로 프랑스 제1의 부자. 아르노 회장은 루이뷔통 펜디 등 고급브랜드로 유명한 세계 최대 호화사치품 업체 LVMH의 주인으로 두번째 갑부. 두 재벌의 구치 인수전은 1999년 3월에 시작됐다. 당시 아르노 LVMH회장은 일방적으로 구치인 수를 선언한 뒤 구치 주식 34%를 사들였다. 이때 구치는 피노 PPR회장에게 LVMH의 적대적 인수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백기사(white knihgt)로 나선 피노 회장은 구치 지분 42%를 매집,최대주주가 됐다. 피노 회장은 최대주주가 되자마자 아르노 LVMH회장을 구치 이사진에서 빼버렸다. 그러자 아르노는 법원에 소송을 냈고 피노도 맞소송을 제기,법정공방전이 펼쳐졌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나서 두사람의 싸움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은 그러나 지난 10일 두 사람간의 극적인 합의로 싱겁게 종료됐다. 피노 PPR회장은 아르노 LVMH회장의 구치 지분중 11.2%를 주당 94달러,총 8억6백만달러에 사기로 합의했다. 아르노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에 대비,현금을 확보할 요량으로 아쉽지만 구치 지분을 처분키로 했다. 이 합의로 피노 회장은 구치의 완전한 주인이 됐고 아르노 LVMH회장은 약 7억달러의 투자이득을 올렸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